경기도 안성에 가면 망이산성(望夷山城)이 있습니다. 그 곳 성내에는 청동기시대 후기부터 백제ㆍ신라ㆍ고려ㆍ조선시대에 걸치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고 하는데 특히 기와중에는 '준풍(埈豊) 4년' 이라고 적힌 기와가 출토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에는 과거 9세기경 거돈사(居頓寺)가  있었을거라고 추정되는 거돈사지(居頓寺址)가 있습니다.  거돈사지에 남아 있는 여러 가지의 유구 또는 사지 전역에 흩어져 있는 와편들로 보아서는 신라말 부터 고려조를 지나 조선조 전기까지 이 사찰이 운영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확실한 연대를 밝힐만한 문헌이 없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가름하기 어렵다고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주소를 참고)
 
http://www.wonjusa.or.kr/chtml/b01-04.htm

이곳에 거돈사지(居頓寺址) 원공국사승묘탑비(圓空國師勝妙塔碑)란 것이 있습니다.

묘탑비에 의하면 원공국사는 어려서부터 세속을 떠나 인도승(印度僧) 홍범삼장(弘梵三藏)의 문하에 들어가 가르침을 받고서 낙발득도(落髮得度)하고 그 후 광화사(廣化寺)로 옮겨 경철화상(景哲和尙)에게서 수업을 받은 후 고려 정종 1년(개운(開運) 3년, 946)에 영통사(靈通寺)에서 관단(官壇)을 갖추어 유리계(琉璃戒)를 행하였고, 광종대왕(光宗大王)이 왕위에 올라 법문(法門)을 숭상하여 승과(僧科)를 설치하자, 원공국사는 이에 합격하고 광종 6년(955)에 오월국(吳越國)으로 유학을 갔으며 오월국에 도착한 원공국사는 먼저 영명사(永明寺)에 있던 연수선사(延壽禪師)를 배알(拜謁)하고 열심히 불법(佛法)을 닦에 심인(心印)을 받았고, 준풍(峻豊) 2년에는 국청사(國淸寺)에 이르러 정광대사(淨光大師)에게 막배(膜拜)하니, 정광대사 역시 바로 허락하여 대정혜론(大定慧論)과 천태교(天台敎)를 배우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후의 자세한 내용은 위주소를 참고)

위 두 예문에서 본 바와 같이  준풍(峻豊)이란 년호는 광종년간(광종11년)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확실히 추정 되는 바 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것은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는 준풍(峻豊)이란 독자적인 년호를 사용하였다고 한 기록이 일체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떻게해서 광종때 준풍이라는 독자적인 년호를 사용하였다고 이야기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의 기록에는 오히려 후주(後周)의 년호를 사용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하 고려사절요 발췌

" 신해 2년 후주(後周) 태조(太祖) 광순(廣順) 원년, 요(遼) 목종(穆宗) 응력(應歷) 원년

대봉은사(대봉恩寺)를 도성(都城) 남쪽에 세워 태조의 원당(願堂)으로 삼았다. 또, 불일사(佛日寺)를 동쪽 교외(郊外)에 세워 선비(先비) 유씨(劉氏)의 원당으로 삼았다. ○ 겨울 10월에 서경(西京) 중흥사(重興寺) 구층탑(九層塔)에 화재가 났다. 12월에 비로소 후주(後周)의 연호(年號)를 시행하였다.

임자 3년 후주 광순 2년 요 응력 2년

봄에 안삭진(安朔鎭 平北 雲山)에 성을 쌓았다. ○ 이 해에 광평시랑(廣評侍郞) 서봉(徐逢)을 후주(後周)에 보내어 방물(方物)을 바쳤다.

계축 4년 후주 광순 3년 요 응력 3년

후주(後周)에서 위위경(衛尉卿) 왕연(王演)과 장작소감(將作少監) 여계빈(呂繼賓)을 보내와서 왕을 탁진 겸교태보사 지절 현도 주도독 충 대의군사 겸 어사대부 고려국왕(特進檢校太保使持節玄萄州都督充大義軍使兼御使大夫高麗國王)으로 책봉하였다. ○ 겨울 10월에 경주(慶州) 황룡사(皇龍寺) 구층탑(九層塔)에 화재가 났다.  "

문헌 기록에 없는 것을 학자들이 용두사지철당간의 기록과 거돈사지(居頓寺址) 원공국사승묘탑비(圓空國師勝妙塔碑)등의 기록에 의존하여 준풍(峻豊)이란 년호를 고려광종때 독자적으로 사용하였다고 한 것 같습니다.

물론 독자적인 년호를 사용하였다고 하면 좋은 뜻이 되겠지만 학자적인 사명감이 충실하지 못한 섣부른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문헌기록과 맞지 않는 것은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무슨 대단한 발견을 한 것 처럼 유포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광종때는 광덕(光德)이라는 독자적인 년호로 건원하였다가 11년에 준풍(峻豊)을 새로 제정하였다고 완전히 기정사실로 굳혀져서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고려사를 지은 정인지나 양성지 같은 인물이 다른나라의 년호를 기록한 것을 보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것을 느끼게합니다. 고려사를 집필했던 정도전, 정총, 정인지, 양성지 등은 고려사를 왜곡하기 위해서 고려의 독자적인 연호를 삭제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당시에 고려의 실록을 기준하여 책을 썼을 것인데 그 귀중한 책은 지금 사라지고 없는 것을 보면 조선왕조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고려의 실록을 없애버리고 明나라의 압력으로 부터 좀 더 안전하게 국가의 안위와 왕권을 지키기위해서 고려의 역사를 올바르게 집필 할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사대주의) 

당시 조선은 대륙으로 부터 튕겨져 나와 중국으로서의 정통성을 잃고 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고려사를 집필하게 되었는데 명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독자적인 고려의 년호를 삭제했을 가능성을 한번 생각해봅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중에 있으니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준풍(峻豊)이란 년호는 아마도 우리가 아직도 새까맣게 모르고 있는 어떤 나라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라진 고려실록에 고려의 독자적인 년호로써 준풍(峻豊)이 적혀있었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bc8937:

고려의 준풍(峻豊)이라는 독자년호 사용을 최초로 언급한 사람은 일본의 어용사학자 금서룡(今西龍)이다.

금서룡(今西龍)은 1911년과 1912년에《동양학보》《고고학잡지(考古學雜誌)》등에 집중적으로 발표한 논문 <정풍준풍등の연호(正豊峻豊等の年號)>, <고려の연호「광덕」の연호(高麗の年號「光德」の年號)>, <광덕연대고보(光德年代考補)> 등에서 광덕(光德) 연호(年號)의 사용년간을 949년 3월 부터 951년 12월까지의 2년 9개월로 보고 준풍(峻豊)은 송태조년호건륭설(宋太祖年號建隆說), 피휘연호설(避諱年號說)을 제기하며 사실성을 부정하였다.

그리고 광덕(光德) 년호(年號)의 사용도 고려의 독립사상(獨立思想)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님을 강조하였다. (<朝鮮の文化(조선の문화))>《조선사간(朝鮮史の)》, pp. 187-188).

한편 추포수웅(秋浦秀雄)은 이를 비판하며 광덕(光德)의 사용년간을 949년 3월부터 952년 12월까지의 3년 9개월로 보고 준풍(峻豊) 역시 고려의 독자적 년호로 인정하고 있다. (<앞글>, pp. 112-130).

최근 고려대학교 박용운(朴龍雲) 교수에 의해서 광덕(光德)의 존재는 인정하되 준풍(峻豊)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고려시대사(高麗時代史)(상(上))》, 1985, pp. 54-55).

생각컨데 준풍이란 년호는 정사에는 없고 묘비나 기왓장 등에 쓰여진 기록으로, 이런 사실을 정사에 꿰맞추려고 시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09/06-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