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공연 후 소식이 뜸했던 신중현이 1958년부터 2006년까지 발표한 48년 동안의 음원을 정리해 앤솔러지 음반을 발표한다. ‘마지막’이라는 그의 이번 음반에 수록된 총 101곡 중 무려 42곡이 여가수 노래다. 그만큼 ‘신중현사단’의 백미는 여가수들이었다.

그에게 처음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안겨준 가수도 68년 데뷔한 펄시스터즈였다. 그의 전성기 음반엔 ‘신중현사운드’라는 로고가 표기되었다. 대중과 가수들에게 성공으로 가는 보증서로 여겨진 빛나는 딱지다. 75년 대마초 파동까지 그의 사무실 앞에는 가수지망생들이 곡을 받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가운데 저 유명한 김추자, 김정미, 바니걸스, 임성훈, 박인수, 장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대중음악 사상 최초로 ‘사단’의 장군이 된 신중현은 무수한 가수들을 조련시켜 대중에게 선보였다.

신중현사단의 1호 여가수는 누구일까? 누구나 펄시스터즈와 김추자를 쉽게 떠올리겠지만 아니다. ‘안녕하세요’로 70년대를 풍미했던 장미화다. 64년 KBS 아마추어 톱싱어 경연대회수상으로 신중현과 인연을 맺은 그녀는 한국 최초의 창작 록 앨범 ‘에드훠’를 통해 가수로 데뷔하는 영광의 누렸다. 2호는 박인수의 노래로 유명한 ‘봄비’의 오리지널 가수 이정화였다. 그러나 사단장의 영예를 안겨준 가수는 배인순, 배인숙 자매의 펄시스터즈였다.

그 후 최영희, 김추자, 임희숙, 일본의 고지미자매, 김상희, 임아영, 바니걸스, 주현, 민아, 김정미, 지연, 양희은, 정미조, 김명희(현미의 동생), 이성애, 이승연, 장미리 등 무수한 여가수들이 등장하며 ‘신중현사단’을 한국대중가요계의 명가로 군림하게 했다.

하지만 75년 그의 활동금지와 함께 사단 여가수의 명맥도 주춤했다. 80년 해금과 더불어 박점미, 인순이, 들고양이들, 김완선, 이종숙, 신정숙, 임주리, 현애, 이경화, 정수라, 이란영, 미애로 되살아났지만 70년대의 영광을 되찾지는 못했다.

신중현사단 최고의 여가수는 누구일까?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신중현의 전성기에 등장한 70년대 최고의 섹시가수 김추자와 사이키델릭의 여제 김정미라는 선택에 반대할 대중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