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이 대통령께 올리는 공개서한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이처럼 어려운 정국을 이끌어 가시기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저는 전북 정읍에 사는 박문기라는 농사꾼입니다. 아마도 '꾼'이라는 말은 한 분야의 전문가를 지칭하는 말로써 그 분야의 '임금'이라는 군(君)에서 비롯된 말일 것입니다. 이는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님의 말씀과도 일치하는 바가 있습니다. 인하여 '꾼'의 말 즉 대통령의 말을 님께서 반드시 들어주시리라 믿고서 감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님이시어 님께서는 전혀 알지 못하시고 전혀 깨닫지 못하시는 사이에 지금 이 나라 정치는 망국멸족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외국의 방사선 처리한 곡류를 수입하기 위해 우리 농업을 포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저 농산물 수출국들이 식품이나 곡류 등을 장기간 유통하려면 무엇인가를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종전까지는 메틸브로마이드, 에틸렌옥시스 등의 약재로써 살균, 살충 및  방부처리를 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는 2005년부터는 WHO(세계 보건기구)의 협약에 의해 그러한 약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지구의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환경을 파괴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신 방사선을 쬐어 살균, 살충, 방부처리는 물론 발아억제까지 일괄 처리하여 수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그렇게 방사선 처리한 사료를 짐승에게 먹여 다년간 실험한 결과 골수와 생식기에 이상이 발견되었고 사산, 불임, 기형 등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때문에 여러 나라가 방사선 처리한 곡류를 가축의 사료로도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자국내 반입 및 유통을 엄히 금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감자 한 품목만을 방사선 처리대상으로 지정했을 뿐 어떠한 곡류나 식품에도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으며 그러한 것의 수입을 법으로 엄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쌀값이 우리나라보다 3배나 비싸도 방사선 처리한 값싼 미국 쌀, 중국 쌀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친환경농업 육성법 시행규칙(9조 관련)에도 '방사선은 해충방제, 식품보존, 병원의 제거 또는 위생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방사능 물질은 친환경 농업에 최대 걸림돌인 것입니다. 지난 1992년 일본 원자력 산업회의에서도 '방사선 처리한 식품 및 곡류를 식품첨가물이나 농약과 같은 기준으로 그 안전성과 섭취량의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대개 그러한 것을 수출하려면 수입국의 국민들이 그 유해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아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이 그러한 실정입니다.뿐만 아니라 이 나라 정부는 그러한 것의 수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금 전북 정읍에 대규모 방사선 센터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그 주목적이 바로 식품 곡류 등에 방사선 처리를 하는 것이요, 국가 식량에너지 정책에 부응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2001.11.4 정읍시 발행 문건 1쪽)이는 즉 미국이나 중국 등 농산물 수출국들에게 명분을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님이시어!
지금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39%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또한 북녘동포는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미국의 방사선 처리한 곡류를 수입하기 위해 금년부터 휴경지 보상금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농업포기론을 주장하는 공직자까지 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님께서는 외국에 幸幸하시어 동북아 평화를 역설하시었습니다. 아마도 평화라는 말은 사람들의 입에 먹을 것이 고루 분배되어야 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균평하다는 뜻의 平자와 곡식을 형상하는 禾자에 사람의 입을 상징하는 口자를 합하여 平和라는 말로 쓰여 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농업이 붕괴직전에 있고 북녘동포의 실상이 이처럼 참담한데 동북아 평화를 기대하기란 너무나 요원한 일 입니다. 또한 미국의 농산물수입개방 압력은 세계평화를 크게 역행하는 일입니다. 

 정읍시의 여러 시민 단체가 방사선 센터 백지화를 외치고 강력히 반발하자 추진단 측의 어느 박사는 해당 지역 농민회 간부에게 말하기를 '우리가 2005년부터는 어차피 모든 것을 방사선 처리한 것으로 먹게 되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찬성파의 어느 공학박사는 지난 2002년 9월 4일 전주 SBS가 주최하는 문제 시설의 찬반 토론회에서 방사선 처리식품의 안전론을 주장하다가 반대측에서 친환경농업시행규칙에 관한 문건을 보이자 크게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계속 찬성여론을 조장하였고 만일 반대에 밀려 그 시설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차라리 국권을 포기하고 한. 미 합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여기에 그가 2002년 10월 15일 정읍 시청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물러설 바에는 차라리 국권을 포기하자. 그리고 100여년 전에 한.일 합방이 있었듯이 2010년에 한.미 합방을 하고 미국인들에게 이성적, 합리적 사고를 한 40년 배우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2010년에 한.미 합방을 하자!!!'
 
 존경하는 님이시어! 이런 찬성론자의 배후에는 바로 몰지각한 우리 정치인과 공직자가 있고 그러한 정치인과 공직자는 바로 미국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정읍에 공권력까지 동원하여 강행하고 있는 방사선센터 공사현장은 바로 동진강의 발원지입니다. 동진강은 느린 유속으로 새만금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여기서 방사능 물질을 쏟아 내면 새만금은 고기 뱃속처럼 썩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새만금 사업을 친환경적으로 하겠다는 님의 뜻과는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입니다. 설사 새만금 사업을 백지화하고 방조제를 무너뜨린다 해도 호남평야의 농산물이나 서해안의 수산물은 그 방사능 물질에 오염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전주지방환경 관리청에서는 문제시설을 위한 정읍시의 국토 이용계획변경입안(안)에 환경 영향 저감방안 이행을 조건으로 협의하였습니다. 정읍에 문제시설을 유치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지역구 국회의원 김원기 의원은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그 시설의 안전성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는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존경하는 님이시어!
방사선 처리한 미국 농산물 수입을 합리화하기 위해 전국에서 가장 넓고 기름진 호남평야를 방사능 물질로 오염시키려 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우리 농업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런 망국적인 시설을 하는 이 나라 정치인이 무슨 개혁을 하겠습니까. 하기야 그러한 일이 바로 '개혁' 이라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님이시어! 지금 이러한 付美賣國 세력이 님의 측근에 있으면서 정책을 좌우하며 농산물 수입 개방 불가피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다수의 국민과 정치인이 한. 칠레 자유무역 협정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지금 정읍에서는 세계 역사 상 유래가 없는 일이 감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님이시어!
최근 청와대의 식단을 친환경 유기농산물로 차리겠다는 사실이 발표된 바 있습니다.(2003.6.1 건강과 자연농업) 우리 국민도 엄연한 사람입니다. 짐승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짐승에게도 먹이지 않는 것을 우리 국민은 다 부지불식간에 먹어야 하는 실정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지난 대선 때 '국민이 대통령이다'는 님의 말씀과 너무나도 위배되는 일입니다. 근래 님께서는 '곡식에 해를 끼치는 잡초를 뽑아내겠다' 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방사선 처리한 외국 농산물 수입을 합리화하고자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음모를 획책하고 있는 잡초부터 뽑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음모를 백지화시켜야 합니다. 만일 이 付美賣國草를 뽑아내지 않는다면 장차 우리 민족은 이 지구상에서 혈통을 이어가기가 어렵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와 탁월한 문화를 이어온 민족입니다. 결코 미국에 술책에 말려든 付美賣國草를 따라 망국멸족의 길을 갈 수가 없는 일입니다. 付美賣國草를 뽑아 내는 일은 결코 반미가 아닙니다. 미국을 바른길로 나아가도록 일깨워주는 국가 간의 도리입니다.
 
 지난 대선 때 님께서는 '미국에 할 말을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바로 우리의 주체성을 확립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님의 말씀은 실로 이민위천(以民爲天) 즉 백성으로서 하늘을 삼았던 예 성군(聖君)의 길을 가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었습니다. 대저 성인(聖人)이란 귀로는 능히 하늘의 소리 즉 민중의 소리를 듣고 입으로는 하늘의 뜻을 알리는 거룩한 님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성인'이라는 성(聖)자의 형상이 귀를 상징하는 이(耳)자와 입을 상징하는 구(口)자와 '님'이라는 임(壬)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가장 높고 귀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님'이라는 존칭을 써 왔습니다. 이는 아마도 먼 옛날 단군의 명호인 임검(壬儉)에서 비롯된 말인 듯 합니다. 그러나 뒷날 잘못된 역사표기로 인하여 임검(壬儉)을 '왕검(王儉)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이는 壬자와 王자의 형상이 비슷한 오류이기도 할 것입니다. 임금이 정사를 논하는 곳이기에 조정(朝廷)이라는 정(廷)자에 壬자가 들어있으며 여자가 아이를 잉태하면 그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해 임금님처럼 온갖 뜻을 다 받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임신'이라는 임(妊)자에 壬자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님'이라는 존칭이 없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자들을 해석할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어느 민족보다도 생명을 소중히 여겨왔던 민족입니다. 때문에 누구나 다 어머니 뱃속에 들어 있었을 때의 나이까지 쳐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방사선 처리한 곡류는 싹이 나지 않습니다. 즉 생명이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청와대 식단은 생명이 있는 것으로 차리면서 우리 국민의 식단은 생명이 없는 독성물질로써 바꾸고자 하는 것은 우리 국민을 짐승만도 못한 벌레 취급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일입니다.
 
 님이시어 부디 총명을 밝히시어 잡초를 뽑아내고 우리 국민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십시오. 옛부터 나랏님의 총명을 성총(聖聰)이라 했고 나랏님의 은혜를 성은(聖恩)이라 했습니다. 이제 님께서 성인이 되느냐 세계역사상 가장 용렬한 지도자가 되느냐는 이 한번의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백여 년 전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기치를 들고 불합리한 외세에 대항했던 우리 동학 농민의 후예들은 이러한 천인공노할 사실을 감히 묵과할 수 없기에 먼저 우리 님께  알리는 바입니다. 아래 7언시를 함께올리오니 살펴보시고 은혜로운 대답을 주시기 바랍니다.

해곡부 7언시(害穀簿七言詩)

식품 곡류 등에 방사선 쬐어                        (羞穀照射放射線)
멸균 멸충 방부처리해                              (滅菌滅蟲又防腐)
앞서가는 여러나라 짐승먹여 실험하니               (先進衆邦非類驗)
독성판명 골수이상                                 (毒性判明異骨髓)
숫컷고환 암컷난소 중량감소 되더라오.              (睾丸卵巢重量減)
그리하여 사람이 먹지 않고 짐승도 아니 먹인다오.   (肆不人食不食獸)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그런 것은 표시하는데         (何國莫論厥證物)
오직 우리 나라 표시하지 못한다오.                 (惟獨韓土靡覆遂)
만일 관계자의 말처럼 그것이 그토록 안전하다면     (如若有司安全云)
먼저 정부에 주청해 표시제 시행토록하오.           (前施表示政府奏)
그런후에 시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면               (然後閭巷理解得)
혹자는 기관을 믿는다 하고서 반발이 없으리이다.    (或謂公信反撥无)
지금 정부가 당당히 표시도 못하는 것을             (今朝堂堂未現標)
어찌 감히(반대시민) 중상모략 하고서 강행코자하오.  (豈敢毁傷欲爲武)
세계 보건기구(WHO) 협약에 의해                   (世界保健機構約)
오는 2005년부터 메틸브로마이드 쓰지 못해           (來自乙酉臭化拘)
방사선 처리로 대신 한다오.                         (代替檢疫使用核)
이는 팔기 위함이지 저희 먹고자 함이 아니라오.      (專賣手段毋自需)
그런걸 수입코자 여기에 그것(방사선센터) 지으려하니 (須此輸入彼此作)
아마도 미국 중국 수출국의 압력이나 로비 때문       (疑是中美壓且誘)
전주지방 환경관리청은                              (全州環境管理廳)
환경영향발생 불가피를 지적하고                     (影響發生不可無)
저감방안 이행조건 내세워                           (低減方案提履件)
국토이용계획 변경 협의했지만 별도근심 있다오.      (協議國變別有憂)
동진강 발원지에 괴악물질 쏟아내면                  (東津江源放流惡)
새만금은 고기뱃속 썩듯 천하에 두려움 되리다.       (萬錦魚腹天下懼)
나랏님 속이고 국민속이는 그 시설(방사선센터)       (欺主欺氓其施設)
수제천(궁중음악)의 발상지 샘골에다 세우다니        (壽齊天鄕井村竪)
하지마오. 하지마오. 흉한짓 하지마오.                (勿爲勿爲勿爲兇)
이로 인해 우리농업 무너지고 국민건강 파리하리      (因潰農業民康瘦)
개혁특위 위원장(김원기의원)은                      (改革特委委員長)
나라 팔고 민족멸망 아는지 모르겠구려.              (知乎賣國滅族否)
나랏님께서 최근에 잡초를 말씀하셨는데              (今上最近雜草言)
다스림 먼데 있지 않소 이런 해묵은 잡초 다스리오.   (治在不遠治斯莽)
만일 뽑지 않아 야권이 질타하면                     (如或不拔野圈叱)
명년 총선에 어디에서 통곡할거요.                   (明年總選哭何宇)
단군이래 제일의 치욕                               (國祖以來第一辱)
어찌 곡식 해치는 잡초명단 밝히지 않소.             (奚爲不報害穀簿)

정읍 핵 방사선 백지화 투쟁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