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현궁의 방탄복

1866년 프랑스의 동양함대가 강화로 쳐들어왔을때를 병인양요(丙寅洋擾)라 하지요. 이에 큰 충격을 받은 흥선대원군은 서양의 무력에 대항할 방책을 팔도에 공모하였는데 온갖 아이디어가 속출하였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서양총의 총탄이 뚫을 수 없는 방탄복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원리는 최근의 방식과 별로 다르지않은 것이었습니다. 서양총의 총탄이 뚫을 수 없을만한 두께로 무명베를 겹쳐 방탄복을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운현궁 동남쪽 뜰에서 이 방탄복 실험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먼저 아홉겹으로 겹친 베를 향해 서양총을 쏘아보니 뚫고 나간지라 한겹을 더해서 쏘아보고 또 한겹 더해 쏘아보길 거듭하니 열두겹 째에야 뚫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안전하게 한겹 더 보태 열세겹의 방탄복을 만들었습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입어야 할 병사에게 있었습니다. 그 두꺼운 방탄복에 투구와 배갑을 입고 보니 무겁고 둔하여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그 보다 더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운현궁에서 탄생한 방탄복은 실전에서 사용되었다는군요. 신미양요(辛未洋擾) 때 미군측의 기록을 보면, "조선병사들이 입은 군복은 총탄을 막기 위해 1인치 이상 두꺼운데 이 옷에 불이 붙으면 꺼지지도 않고 끌 수도 없어 불에 타죽는 병사가 많았다. 화상을 면하고자 포대 아래 바다로 뛰어드는 병사도 많았다."고 적고 있다고 합니다.  
 

2. 대원군의 유산

운현궁은 원래 궁궐 밖에 있었는데 고종의 특권으로 궐밖에서 궁이 된 집으로 규모와 구조가 웅장하고 화려했다고 합니다. 대원군이 타계한 후 그 유지 관리가 매우 어려워져서 대원군의 장남인 이재면은 고종이 내탕금 270만냥과 쌀 370석을 하사하였는데 이를 모두 운현궁을 수리하고 밀렸던 빚을 갚는데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일제는 1912년 토지조사를 실시하면서 대한제국의 황실재산을 몰수하여 국유화하고 이왕직장관을 시켜서 운현궁을 관리하게 되었다가 운현궁의 소유권이 다시 대원군의 후손에게 넘겨지게 된것은 1948년 미군정청의 공문에 의해서였습니다. 광복이된 정국에서 원래 그집의 소유자였던 대원군의 5대손 이청(李淸, 1936- )씨와 조선의 궁을 일반인의 소유로 할 수 없다는 대한민국정부와의 법적공방은 그 해 9월 21일 결국 대원군의 5대손 이청(李淸, 1936- )씨의 것으로 소유권이 확정되었습니다.

대한민국정부는 국보급문화재가 개인소유의 재산으로 확정되자 매우 아쉬워 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91년 운현궁을 유지, 관리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생기면서 양도의사를 이청씨가 밝힘에 따라 서울시에서 매입하게 되었는데 서울시 또한 매입대금으로 엄청나게 돈을 쏱아부어서 보수공사에 손을 쓰기가 어려울 정도 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죽은 대원군이 이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그 보수비용이 집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충당되게 되었다고합니다. 큰돈은 아닐지는 몰라도 매우 흥미있는 사건 이었습니다.

그사건은 다름아닌 서울시가 1993년 12월부터 보수공사를 시작하면서 상량문을 비롯한 몇군데서 중요한 유물들이 발견되었으며 또한 재미있는 것은 방마다에 벽지를 떼여내고보니 그것들이 모두가 국보급서예작품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때 공부 잘하면서 궁핍하게 사는 친구집에 놀러가면 으례히 상장으로 벽에 벽지를 대신하여 붙여놓았듯이 운현궁의 방 칸칸마다 백년이상 동안이나 겹쳐서발랐던 벽에 한지들이 덩어리째 떨어져 나왔는데 문화재관리위원들이 이를 물에 불려서 하나하나 떼여내어보니 대원군의 친필 그림을 비롯하여 당시 한참 권세를 날리던시절 문필, 정치가들의 작품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이것을 팔아 상당한 보수비용을 마련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인지 아닌지 잘모르는데 전에 이런기사를 책에서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