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양잡조전집[속집]권일 (酉陽雜俎前集[續集]卷1)   

출전 : 신라원전정역 / 사단법인 상고사학회

酉陽雜俎前集卷1

支諾皐

上

[1] 

신라국에는 제일 귀족인 김가金哥가 있었다. 그의 먼 조상의 이름은 방이旁㐌이다. 방이旁㐌에게는 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집이 매우 부유하였다.

형 방이旁㐌는 분가하여 살았다. 그러나 나라가 망한 후 옷과 음식을 구걸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걸의식국乞衣食國이라 하였다. 백성들은 버려진 땅에서 한 무畝, 즉 백 평 정도의 밭만 지니고 살았으므로 동생에게서 누에 종자와 곡식의 씨앗을 구하였다. 동생은 누에 종자와 곡식의 씨앗을 쪄서 주었으나 방이旁㐌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누에 종자가 성장하여 한 마리의 누에가 생겨났다. 누에의 눈의 길이가 한 마디 정도나 되었다. 열흘이 지나자 몸집이 소만큼커져 수십 그루의 나뭇잎을 먹고도 부족할 정도였다. 동생이 그것을 알고 기회를 엿보다가 그 누에를 죽였다.

하루가 지나자 사방 백리 안에서 누에가 날아와 나라에 모여드니 비집기가국飛集其家國이라 하였다. 사람들이 말하길 누에가 많이 모여들었다는 것은 그 누에의 왕이 되었다는 것이라고하였다. 사방 이웃들과 함께 고치를 켰지만 그 수확물은 바치지않았다.

심었던 곡식의 씨앗은 단지 한 줄기만 자랐다. 그 이삭의 길이는 1척 30센티 정도 정도 되었다. 방이旁㐌는 항상 그 이삭을 보살폈는데 어느 날 새가 날아와 꺾어 물고 날아갔다. 방이旁㐌는새를 쫓아서 산을 5, 6리나 올랐다. 새는 어느 바위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해도 저물고 길도 어두워져 방이旁㐌는 바위 근처에서 머물렀다. 밤이 되어 반달이 밝게 비추자 어린아이들이 붉은옷을 입고 나타나서 모두가 재미있게 노는 것이었다.한 아이가 말하였다.

이와 같을 때 어떤 물건이 필요하겠는가? 하나를 말한다면 술인 것이다.그러자 한 아이가 쇠로 된 송곳 한 개를 꺼내어 바위에 두드렸다. 그러자 술과 술그릇이 다 갖추어졌다.

다시 말한다면 음식인 것이다!

다시 바위를 두드리자 떡, 경단, 국, 산적이 바위 위에 차려졌다. 오래도록 먹고 마시며 즐겁게 놀다가 쇠 송곳을 바위틈에 끼워 놓고 사라졌다.

방이旁㐌는 크게 기뻐하며 송곳을 가지고 돌아왔다. 바라는 바를 좇아 두드려보니 모든 것이 갖추어져 나라가 부강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 항상 재물을 동생에게 주어 도와주었다. 그러자 동생은 지난날에 누에 종자와 곡식의 씨앗을 속인 일에 대하여 뉘우치고 있다고 말하였다. 또한 형 방이旁㐌에게 누차 말하였다.

제가 속였던 누에 종자와 곡식의 씨앗을 가지고 저도 형님처럼 해본다면 혹시나 쇠 송곳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방이旁㐌는 그 어리석음을 알고 동생을 타일렀다. 너의 말처럼 될 수는 없느니라. 동생은 누에를 둘러보고 하나의 누에를 가져다가 형과 같이누에종자와 곡식의 씨앗을 항상 보살폈고 또한 하나의 줄기도심었다.

씨앗이 돋아나 무르익자 역시나 새가 날아와 물어가는 것이었다. 동생은 크게 기뻐하면서 새를 따라서 산속으로 들어갔다. 새가 들어간 곳에 이르자 도깨비 무리가 화를 내면서 말하였다. 우리의 쇠 송곳을 훔친 놈이구나! 너를 잡아들이겠다. 하면서 또 말하였다. 나를 위하여 쌀겨 벼 껍데기 세 판을 쌓든지 아니면 너의 코를 한 장 一丈：약 3m 늘리든지 네가 바라는 대로 해라. 동생은 쌀겨 세 판을 쌓겠다고 청하였다. 3일 동안 굶주리면서 힘을 들였으나 다 쌓지는 못하였다. 도깨비에게 애걸하였으나 결국 코가 길게 늘어나게 되었다. 늘어난 코는 코끼리 코 같았다. 나라로 돌아오니 사람들이 괴상하다면서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부끄럽고도 걱정이 되서 갑자기 죽고 말았다. 그 후 자손들은 선조인 김추金錐를 구하기 위해 이리 똥을 구해 송곳으로 두드리며 놀았다. 천둥과 벼락이 치듯이 김추金錐는 갑작스럽게 사라져 그의 소재를 잃어버렸다.

[2]

임뢰臨瀨1) 혹은 단湍이라고도 한다. 임뢰란 여울을 말한다. 즉 모래 위로 흐르는 얕고 급한 물을 뜻한다.

1) 임뢰臨瀨, 즉 단湍이란 사막 위로 얕게 흐르는 물을 말함.

임뢰(臨瀨) 서북쪽에 절이 있었다. 그 절에는 지통智通이란 스님이 있었는데 언제나 법화경法華經을 지니고 다녔다. 선禪에 들기 위하여 매번 평온한 자리를 찾았으므로 반드시 서늘한 숲과 고요한 장소를 구하여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이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수년 동안 그렇게 하였는데, 어느 날 밤 사람 형상의 그림자가 나타나 절에서 지통智通을부르는 것이었다. 새벽이 되서야 그 소리가 사라졌다.

3일 밤이 지나자 목소리는 방 가까이 다가왔다. 지통智通은 더이상 참을 수 없어 대답하였다.

너는 나를 무슨 일로 부르는가? 들어와서 말을 하라.

물체의 길이는 6척 六尺：약 180 cm 정도였다. 검은 옷을 입고얼굴은 푸르며 눈은 늘어지고 입술은 거대한 모습이었다. 승려를 보고 처음에는 합장을 하였다.지통智通은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말하였다.

너는 추운 곳에서 나왔으니 불 가까이 오는 것이 옳으리라.

물체는 앞으로 나와 앉았다. 지통智通은 단지 경전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오경五更새벽 3시~5시 에 이르러 물체는 불기운에 몸이 나른해져 눈이 감기고 입은 벌어진 채로 화로에 기대어 코를골았다. 지통智通은 그것을 보고 이내 향을 뜨는 수저로 잿불을 떠서 입안에 넣었다. 물체는 부르짖으며 일어나 달려나가다 문지방에 이르러 소리를 지르며 거꾸러졌다.

지통智通은 절 뒷산에 이르러 거꾸러진 곳을 자세히 보고 있다가 나무 껍질 한 조각을 지니고 산에 올랐다. 수 리里를 찾아헤매다 크고 푸른 오동나무를 발견하였다.

나무는 약간 시들어 말라있었고 나무 아래에는 움푹 들어간 뿌리가 있었다. 마치 최근에 떨어져 나간 곳 같았다. 지통智通이 나무 껍질을 그곳에 붙여 넣자 틈새 자국이 사라졌다. 나무의 반은 섶나무가 자라 마침내 하나처럼 자라났다. 깊이는 6촌 六寸：약 18 cm 정도 되었다.

요괴 입속의 잿불에 부들2) 잎을 덮자 입속의 불은 더욱 더 빛났다. 지통智通이 그것을 불사르자 괴이함은 저절로 사라졌다

2) 부들 : 부들과의 여러해살이 풀.

[3]

남쪽지방 사람들의 전하는 말에 의하면 진한秦漢3)전에 마을의 우두머리인 오씨吳氏가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부르기를 오동吳洞이라 하였다. 아내를 두 명 얻었는데, 한 아내는 갑자기 죽었다.

딸이 있었는데 이름은 엽한葉限이었다. 어려서부터 마음이 은혜롭고 착하였다. 아버지는 금처럼 소중히 딸을 사랑하였다. 말년에 이르러 아버지가 죽은 후 서모庶母가 괴롭히는바, 언제나 험준한 곳까지 가서 땔나무를 해오게 하였고 깊은 곳까지 가서 물을 길어오게 하였다.

3) 진(秦：BC 255~206년), 한(漢：BC 206~AD 8년)

어느날 한 마리의 물고기를 손에 넣었다. 크기는 2촌 二寸：약6 cm 정도 되었다. 지느러미는 붉었고 눈은 금색을 띄고 있었다.

마침내 동이에 물을 붓고 넣어서 길렀다. 날마다 성장하므로 그릇을 수차례나 바꾸어야 했다. 나중에는 너무 크게 되어서 그릇에 넣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내 뒤뜰에 있는 연못에 놓아주었다. 그녀는 남은 밥을 번번이 가라앉혀 물고기에게 먹이를주었다. 그녀가 연못에 이르면 물고기는 반드시 머리를 드러내고 못가로 다가왔다. 다른 사람이 오면 되돌아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것을 알고 매번 그것을 엿보았으나 물고기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서모庶母는 엽한에게 거짓으로 말하였다.

너는 일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너를 위하여 새로이 고운 비단옷을 지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헌옷과 바꾼 후 물을 다른 연못에서 길어오라고 시켰다. 먼 곳에 있는 샘은 수백 리 나 되는 거리였다. 서모庶母는 느긋하게 옷을 갈아입고 옷소매에 예리한 칼을 숨기고 못으로 갔다. 물고기를 부르니 물고기가 즉시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자 도끼로 물고기를 쳐서 죽였다. 물고기의 길이는 한 장 一丈：약 3m 정도였다. 즉시 고기로 요리를 하였더니 고기 맛이 다른 물고기보다 배나 좋았다. 고기 뼈는 초목이 우거진 아래에 묻었다.

해가 기울어 딸이 돌아와 연못으로 향하였으나 물고기는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이때 들에서 통곡을 하고 있는데, 별안간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누추한 옷을 입은 사람이 하늘에서 내려와 그녀를 위로하면서 말하였다.

너는 울지 말라. 너의 어머니가 너의 물고기를 죽인 것이다.

뼈는 거름 밑에 있으니 너는 돌아가서 물고기 뼈를 거두어 무덤을 만들어라. 그곳에 소원을 빌면 응당 네 뜻대로 될 것이다.

딸은 그 말대로 하였다. 금, 옷, 음식, 옥구슬이 바라는 대로다 갖추어졌다.

마을의 명절날이 되어 서모庶母는 나가면서 딸에게는 뜰의 과실을 돌보라고 하였다. 딸은 살피고 있다가 서모庶母가 멀리 가자 비취색의 비단옷을 입고 금색의 신을 신고 나갔다. 서모庶母의 딸이 그녀를 보고 엄마에게 말하였다.

저 얘는 누이와 닮았네!

서모庶母도 역시나 의아해하였다. 딸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돌아가다가 신 한 짝을 잃어버렸다. 동네 사람이 그 신을주웠다. 서모庶母가 돌아왔을 때, 딸이 뜰의 나무를 안고 잠들어있는 것 볼 수 있었다. 역시 아까는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동네와 이웃한 바다 가운데에는 섬이 있었다. 섬 안에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 이름은 타한陀汗이었다. 병사들은 강하며수십 개의 섬은 물을 경계로 하여 수천 리나 되었다. 동네사람은마침내 그 신을 타한국陀汗國국왕에게 바쳤다.

국왕은 그것을 취하여 좌우의 사람들에게 신어보라고 하였다.

발이 작은 사람도 신이 1촌 약 3 cm 이나 남았다. 이내 나라의 모든 부인들에게 그것을 신겨보았으나 결국에는 해당되는 이가 한 사람도 없었다.

신발은 가볍기가 털과 같아서 돌을 밟아도 소리가 없었다. 타한陀汗왕은 동네 사람이 비도덕적으로 신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마침내 . 가둔 후에 버드나무 가지로 매질을 하였다. 그러나 끝내 신의 내력을 알지는 못하였다.

이내 신을 길가에 놓아두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찾으러 다녔다. 이와 같을 때 어떤 여자가 신발을 신는 것이었다. 그녀를 잡아다가 타한왕에게 고하였다. 그것을 괴이하게 여긴 타한왕은 그 집을 수색하여 엽한을 데려다 신을 신겨보고서야 믿게 되었다. 엽한이 비취색의 비단옷을 걸치고 신을 신고 나오자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 같았다. 비로소 모든 사건이드러난 것이다. 왕은 물고기 뼈를 싣고 엽한과 함께 나라로 돌아왔다.

서모庶母와 딸은 날아오는 돌에 맞아 죽었다. 동네사람들은 그것을 가엽게 여겨 돌 구덩이에 묻어주면서 이름 짓기를 오녀총懊女塚 원통함이 쌓여진 여자들의 무덤 이라고 하였다. 동네사람들은 제사를 대신 치러줌으로써 여자가 반드시 감응하여 구원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타한왕은 나라로 돌아가 엽한을 첫째 부인으로 맞이하였다. 1년이 지나자 왕은 탐욕이 생겨 물고기 뼈에게 무한한 보옥寶玉을 달라고 빌었다. 해가 지나도 다시 응답이 없자 왕은 물고기뼈를 해안가에 장사지냈다. 옥구슬 백 말을 사용하여 묻고 금으로 주변을 둘러쌌다.

그로인해 만약 병졸들이 반란을 일으키거나 장수들이 일어날때에는 조짐이 나타남으로써 군사들을 구휼할 수 있었다. 또한 어느 저녁 날에는 바닷물이 밀려와 빠지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글은 저자 하성식叚成式의 옛 집안 사람인 이사원李士元이 설명한 것을 기록했다.

사원士元은 본래 옹주邕州4)의 동네사람으로 남쪽지방의 괴이한 사건에서 많은 것을 얻어 기록했다.

[4]

태화太和5) 5년 복주復州6)에 왕초王超라는 의원이 살았다.

침을 잘 다룰 줄 알아 낮 동안에 쾌차시키지 못하는 병이 없을정도였다. 갑자기 병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왕이 두루 돌아다녀보니 생기 있는 말들만 가득하므로 비로소 꿈만 같다고 하였다. 어느 대궐 성벽의 돈대 한 곳에 이르렀다.

한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앞으로 불러 보았다. 웃통을 벗기고 보니 좌측 어깨뼈에 종기가 있었는데 크기가 대접만 하였다. 왕초로 하여금 그것을 치료하게 하자 즉시 침으로 다스리니 고름이 한 되 정도나 나왔다.

황의黃衣의 관리가 눈여겨보고 있다가 말하였다. 가히 놀랄만한 경지로다!

왕초는 황의黃衣의 관리를 좇아서 어느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지기가 말하였다. 모든 집과 뜰 안에는 사람의 눈이 수천 개나 있다. 모으면 산을 이룰 정도다.

눈알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순간 밝음이 사라졌다.

4) 옹주邕州: 감숙성甘肅省고란현皐蘭縣북쪽.
5) 태화太和: 위魏명제明帝(AD 227~232년).
6) 복주復州: 사천성四川省옛 서주敍州부근이다.

황의黃衣의 관리가 말하였다. 이것이 곧 깨달음의 완성이다.

갑자기 두 사람의 형상이 나타나더니 참으로 기이하게도 좌우로 나누어져 놓이는 것이다. 커다란 북과 피리를 불자 눈알이 세차게 모였다가도 부채바람을 일으키면 어떤 것은 날기도 하고 어떤 것은 달리기도 하고 어떤 것은 사람처럼 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잠깐 동안에 일어난 것이다. 왕초가 그 연유를 묻자 황의黃衣의 관리가 말하였다.

삶의 형태가 있기 전에 먼저 죽음이 있는 것이다.

말을 마치자 점차로 눈알이 사람으로 되살아났다.

[5]

전에 수재秀才인 이곡李鵠이 영천穎川을 들렀다. 밤이 되어 어느 역참에 이르러 겨우 누웠는데 멧돼지 같은 물체가 나타나 대청계단 위로 뛰어오르는 것이었다. 이곡李鵠은 놀라서 뒷문으로 재빨리 달아나 역참에 있는 마구간으로 뛰어들었다. 건초더미 속으로 몸을 숨기고 숨을 쉬면서 그 괴이한 것을 살폈다. 역시나 그 놈이 뒤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건초더미를 에워싸고 수차례나 빙빙 돌면서 눈을 부릅뜨고 이곡李鵠이 숨어있는 곳을 살폈다.

갑자기 커다란 별로 변하여 솟아오르며 수차례나 하늘을 비추었다. 이곡李鵠은 양손에 촛불을 들고 살펴보았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곡李鵠은 건초더미 속에서 졸도했다. 반나절이 지나서야 깨어나, 본 것을 설명한 후 열흘도 안 되어 병도 없이 죽었다.

[5]

원화元和7) 때 국자감國子監학생인 주을周乙은 언제나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였다. 어느 날 어린도깨비 하나가 나타났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머리 길이는 2척 二尺：약 60 cm 정도 되었다. 머리가 부서지자 별처럼 밝은 빛이 번쩍거리는 것이었다.

그 도깨비는 심술궂게도 등불로 희롱하면서 벼루를 어지럽게두드렸다. 주을周乙은 평소와 같이 공부를 멈추지 않고 여유있게 도깨비를 꾸짖자 조금씩 물러가다가도 다시 책상 곁으로 와서 주을周乙의 행동을 살피다가 점차 가까이 다가왔다. 그 놈을 잡아다가 꿇어앉히자 자못 괴롭다고 간절히 애걸을 하였다.

장차 하늘의 밝은 깨달음이 이 물건에게도 미치게 하여 주십시오!

소리가 끊어진 후 그를 보니 부서진 나무자루였다. 그 위에는 조粟가 백여 알이나 붙어있었다.

7) 원화元和: 동한東漢숙종肅宗(AD 84~87년).

[7]

정원貞元8) 혹은 상원上元이라고도 한다 때 촉군蜀郡9) 안에는 공력功力을 쌓고자 하는 뜻을 지닌 승려가 있었다. 보상사寶相寺에 머물며 밤늦게까지 경經을 읽고 있는데 별안간 벌레 대여섯 마리가 날아왔다. 크기는 파리만 하였고 금색을 띠고 있었다. 번갈아가면서 날아들기에 등잔불에 불꽃이 일었다.

8) 정원貞元: 당唐나라 덕종德宗(AD 785∼805).
9) 촉군蜀郡: 지금의 사천성四川省으로 옛 성도成都, 용안龍安, 동천潼川, 아주雅州네 고을이다.

어떤 놈은 등잔의 심지 위에 걸터앉아 날개를 푸닥거리며 불꽃과 하나가되었다 이내 . 불꽃이 잦아들어갔다. 이와 같은 경우가 저녁때마다 수차례 있었다.

동자童子가 한 마리를 쳐서 떨어뜨리자 이내 땅 위의 향기로운 풀로 변하여 벌레의 형상은 사라졌다. 이후로 다시는 벌레가보이지 않았다.

[8]

원화元和10) 초初수도의 동쪽 저자에 악동인 이화자李和子가 살았다. 아버지의 이름은 노안努眼이었다. 화자和子의 성질은 잔인하여 언제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어 동네와 저자의 근심거리였다. 항상 네거리에서 팔뚝에 새매를 앉히고 서 있었는데 붉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나타나 말하였다.

그대는 이노안李努眼의 아들인 화자和子가 아닌가?

화자和子는 재빨리 공경의 뜻으로 답례하였다. 그 사람들이 또한 말하였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니 조용한 곳에 가서 말하세.수 리里를 가다가 사람이 적은 외진 곳에 멈추어 말하였다.

곧 저승사자가 그대를 추궁하러 올 것이니, 즉시 도망가는 것이 좋겠네.

화자和子는 처음에는 듣지 않고 말하였다.

사람이 어찌하여 거짓말을 하십니까?

또다시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말하였다.

사실, 우리는 귀신이다.

10) 원화元和: 동한東漢숙종肅宗(AD 84~87년).

품속에서 하나의 문서를 꺼내 보였는데 도장이 파인 곳은 젖어있는듯 하였는데 성과 이름은 분명하였다. 잡아먹은 개와 고양이 사백예순 마리가 송사를 논하였던 것이다. 화자는 놀랍고두려워 이내 새매를 버리고 절하고 빌면서 말하였다.

나는 분명 죽을 테지만 당신들은 반드시 나를 위하여 잠시만머물러 주십시오. 함께 술이라도 조금 하시지요.

귀신은 진실로 사양했으나 결국에는 따라갔다.

처음에는 필라畢羅11)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자 귀신은 코를 막고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이내 깃발이 펼쳐진 두가杜家의 주막으로 갔다. 혼자서 답례하고 사양하며 말을 하자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을 보고 미쳤다고 하였다. 마침내 술 아홉 그릇을 주문하고 혼자서 세 그릇을 마시고 여섯 그릇은 그대로 서쪽 자리에놓았다. 또한 자기가 죽음을 면하는 방편을 요구하였다. 두 귀신은 서로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미 한 번 취하게 마셨으니 은혜를 받은 셈이 되므로 모름지기 계책을 마련해야겠네.

그런 후 일어나면서 말하였다.

잠시만 기다리면 우리들이 금방 돌아올 것이니, 다른데 가지말고 기다리게.

시간이 지나 귀신이 돌아와서 말하였다.

그대는 사십만 냥을 마련하도록 힘써보게, 그대를 위하여 수명을 삼년 늘려 주겠네.

11) 필라畢羅：고기나 야채 대추 등을 소로 넣어 작은 떡을 만들고, 이 작은떡을 편편한 밀가루에 다시 싸서 크게 떡을 만든 것.

화자和子는 허락하고 다음 날 오후를 기한으로 삼았다. 그런후 술잔을 돌리고 곧바로 돌아왔다. 그 술맛은 일찍이 물과 같았고 차갑기는 얼음을 입에 넣은 듯하였다.

화자和子는 급히 돌아와 재물과 옷가지 그리고 모든 지폐에구멍을 뚫어 약속한 돈을 준비하였다. 술을 땅에 부어 제사를 지내고 모두를 불태웠다. 그것을 본 두 귀신은 그 돈을 끌어 모아서 돌아갔다. 3일이 지나자 화자는 죽었다. 귀신이 말한 3년은인간 세상의 3일이었던 것이다.

[9]

정원貞元12) 말末개주開州13)에는 군장軍將인 염冉이 살았다. 오랜 세월동안 재물을 아끼지 않고 일을 도모하기를 좋아하여 그 고을에서 유생의 길을 가는 많은 이들이 그에게 의지하였다. 화가들도 편안하게 대나무를 그리며 숲에 모여앉아서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좌객坐客중에는 곽훤郭萱과 유성柳成이라는 두 수재秀才가 있었다. 매일 같이 서로 간에 기氣싸움을 하였다. 유성柳成이 돌연그림을 흘겨보며 염冉에게 말하였다.

이 그림은 구도의 기교가 뜻을 지나치게 앞섭니다. 지금 욕심 같아서는 공公을 위하여 하찮은 재주를 부려보고자 합니다. 오색五色을 사용하지 않고도 정밀한 색채로 그림을 더욱 뛰어나게 할 수가 있습니다.

염冉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놀라워하면서 말하였다.

12) 정원貞元: 당唐덕종德宗(AD 785~805년).
13) 개주開州: 사천성四川省개현開縣.

오색을 빌리지 않고도 그림을 이치에 맞게 잘 그려낼 수 있다니, 내가 평소에 수재秀才의 재주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이와 같소.유성柳成이 가소롭다는 듯 말하였다.

나는 당장이라도 저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고칠 수가 있소.

곽훤郭萱은 손바닥을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그대의 욕심은 삼척동자도 의심할 정도로 지나치구려.

그러자 유성柳成은 내기를 하자고 하였다. 곽훤郭萱은 염에게 돈 오천을 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때 염은 유성柳成에게도 돈을 내주었다. 이내 유성柳成은 몸을 날려 그림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좌객들은 크게 놀라며 그림을 벽에 걸고 많은 사람들이 더듬어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자 유성柳成이 별안간 말을 하는 것이었다.

곽훤郭萱의 믿겠다는 말소리가 들려오면 그림 속에서 나가겠노라.

얼마 안 되어 그림 위에서 아름다운 완적阮籍14)의 형상이 내려와서 말하였다.

공부는 이와 같은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깨달았다. 완적의 상이 그려진 그림에는 입술모양이 독특하게 그려져 마치 편안하게 웃으며 보고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염은 이 일은 득도자得道者, 즉 도道를 통한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여 따로 기록하지는 않았다.

14) 완적阮籍: 위(魏, AD 210~263년)나라 때의 사상가, 문학자 겸 시인.

곽훤郭萱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부끄러워하였다. 수일이 지나 마침내 다른 이들은 송宋나라15)로 돌아가 수명이 다하도록 살았다.

이 일은 처사處士가 불가佛家에 있을 때 목격한 것이다.

[10]

봉천현奉天縣16) 국성촌國盛村의 백성 중에는 성이 유劉씨인 사람이 살았다 . 그는 병이 미친 듯이 발작하면 우물구멍도 피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 집안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에 대해 저주로 금지하고 있었다.

제후인 공민公敏이 그를 치료하고자 하여 공민이 가까스로 유씨의 집에 이르렀다. 유씨는 갑작스레 일어나면서 말하였다.

저는 잠시 나갈 것이니 제후님의 치료는 받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후 섶나무 몽둥이를 들쳐 메고 밭 가운데로 나아가 웃통을 벗었다. 마치 물체가 있는 듯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것이었다.

참으로 오랫동안 그런 행동을 되풀이 한 후 웃으며 말하였다.

나의 병은 이제 다 나았다. 귀신 한 놈의 머리를 쳐내어 밭 가운데에 묻었노라.

15) 송宋: 유양잡조酉陽雜俎라는 책이 쓰인 것이 당唐나라(AD 618~907년) 때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송宋나라는 조광윤趙匡胤이 세운 송宋나라(AD 960~1279년)가 아니라 춘추시대春秋時代(BC 722~481년)의 송宋또는 남북조南北朝(AD420~589) 시대의 송宋인 것으로 생각된다. 위魏나라 때의 완적阮籍이라는인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남북조南北朝(AD 420~589년) 시대의 송宋나라로 보인다.

16) 봉천현奉天縣: 섬서성陝西省건현乾縣.

형제들과 주술사는 오히려 미쳤다고 말하며 믿지 않았다. 마침내 함께 가서 그 증거를 보기로 하였다. 유씨는 해골 하나를 파내었다 거기에는 . 붉은 머리카락 십여 개가 붙어 있었다. 유씨의 병은 마침내 치유된 것이었다.

이것은 회창會昌17) 5년의 일이다.

17) 회창會昌: 후당後唐무종武宗(AD 841~846년).

[11]

유경柳璟이 과거를 감독하는 해에 국자감國子監에는 명경明經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유경이 낮잠을 자다 꿈을 꾸었는데 국자감 대문에 기대어 어떤 사람이 주머니 달린 옷과 어린애 옷을 입고 오락가락하면서 명경이라는 성씨를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명경이 자기라고 말하자 그 사람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이번 봄에 과거에 급제할 명경이다.

그로인해 이웃집과 고향 사람 대여섯 명이 방문하였다. 말을나누다가 명경은 마침내 그 사람들을 맞아 장흥리의 필라畢羅가게로 들어갔다. 그곳은 항상 다니는 곳이었는데 가게 밖에서 개들이 다투는 것이 다른 날과 달랐다.

급히 여러 명의 이웃집 사람들을 불러서 그 꿈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별안간 장흥 가게의 아들이 나타나 문으로 들어오면서 말하였다.

그대와 손님은 필라畢羅두 근을 먹었습니다. 어찌 계산하지않고 가려고 합니까?

명경은 크게 놀라면서 옷을 저당 잡혔다. 또 하나 꿈을 증거하는 것으로는 그 책상과 집기들이 모두가 꿈속에서 본 것이었다.

이내 가게주인에게 말하였다.

나와 손님은 모두가 꿈속에서 이곳에 이르렀는데 어찌 또 먹겠는가?

가게 주인이 놀라면서 말하였다.

처음에 괴이한 손님이 와서 모든 필라畢羅를 꺼려하였기에 그것이 싫어서 마늘을 두었습니다.

봄이 되어 명경은 세 명의 이웃사람과 꿈속에서 방문한 바와 같이 마침내 순조롭게 과거에 급제하였다.

[12]

노주潞州18) 군교軍校곽의郭誼는 선대가 한단군邯鄲郡19)목사를 지냈다. 형이 죽자 마침내 운주鄆州20)에서 과거를 보아 그 선대의 무덤이 있는 자주磁州21) 부탕현滏湯縣22)에서 장사를 지냈다. 그곳은 서강현西崗縣23)을 경계로 산과 이어져 있는 곳 이었다.

토질은 돌이 많아서 장사를 지내는데 힘이 들었다. 모두를 거느리고 돌을 쪼개 구덩이를 만들었다. 곽의郭誼가 점치는 바에따라 파내려갔기 때문에 작업 시간이 두 배나 걸렸다. 갑자기 한구덩이를 파니 구멍 속에서 돌이 나왔다.

18) 노주潞州: 산서성山西省장자현長子縣서쪽.
19) 한단군邯鄲郡: 직례성直隷省한단현邯鄲縣서남 10리.
20) 운주鄆州: 산동성山東省운성현鄆城縣동쪽 16리.
21) 자주磁州: 섬서성陝西省순화현淳化縣북쪽경계 지역이다.
22) 부탕현滏湯縣: 직례성直隷省자현磁縣.
23) 서강현西崗縣: 감숙성甘肅省산단현山丹縣동남.

길이는 가히 4척 120 cm 정도였고 모양은 궁전에서 사용하는 머리와 꼬리 돌 같았다. 마침내 모든 일꾼들이 잘못 판단하여 팠다고 생각했다. 곽의郭誼는 그들을 상관하지 않고 또다시 팔 곳을 점쳤다. 백어류白於劉도 계속 간청하였으나 바른 말을 듣지않고 장사를 지냈다.

다음 달 쯤에 곽의郭誼는 변소에 빠져 몸이 거꾸러졌다. 거의 죽다시피 하여 피골이 상접했다. 노비들도 계속해서 2십여 명이나 죽어나갔다. 언제나 두려워하며 잠꼬대를 할 정도로 편안하지 못했다. 그로인해 곽의郭誼를 파직해 달라는 애달픈 상소가 계속되었다.

도압아都押衙, 즉 관청을 다스리는 관리는 초조해하면서 장초長楚의 임무를 곽의郭誼로 바꿨다. 도적들이 모여들자 곽의郭誼는병사로 막았다. 도적의 우두머리를 군대로 깨뜨리고 효수하였다.

그 집안의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를 우물에 던져 죽였다.

염주鹽州24)에서 일하는 정빈우鄭賓于는 말하였다.

궁을 지키는 돌은 자주磁州관아의 창고에 있는 것을 보았노라.

24) 염주鹽州: 영하회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염지현鹽池縣북쪽. 과거 영하회족자치구는 감숙성甘肅省에 포함되어 있었다. 감숙성이라면 난주蘭州가 있는 곳으로, 이곳은 신라 초기의 도읍지인 월성月城이 있던 곳이다.

[13]

이관현령伊關縣令, 즉 이관현伊關縣25)을 다스리는 수령 이 사회李師晦에게는 형제가 있었는데 강남에 부임하여 벼슬을 하였다.

25) 이관현伊關縣: 산서성山西省문희현聞喜縣동쪽 20리.

한 스님과 알고 지내며 왕래를 하였다. 그 중은 언제나 산에들어가 약초를 캐곤 하다가 어느 날 폭풍우를 만나게 되자 기울어진 오리나무에 몸을 피했다. 얼마 후 큰 벼락이 치면서 물체가 언뜻 보이며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갑자기 날이 밝게 개어 중이 나와서 보니 한 개의 돌이 있었다. 그 형상은 마치 악기와 같았다. 매달아서 보니 윗부분은 평평하게 깎여 다듬어져 있었고 가운데를 살펴보니 구멍이 크게 뚫려 있었다. 아랫부분은 점점 넓어져 둥근 형상이었다. 마치 주머니가 매달린 듯하였다. 길이는 2척 60 cm 정도이고 두께는 3푼 9 mm 정도이며 왼쪽은 조그마한 흠결로 나누어져 부서진것 같았고 비단 광택은 가히 거울과 같았다. 두드려보니 소리도 났다.

스님은 기이한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장작더미 속에 감추어두고 그 껍데기 함은 선방禪房아래에 묻어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 와서 보고 가므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생李生은 한번 보기를 간절히 부탁하였지만 스님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하루는 스님이 이생李生을 불러 손을 잡고서 말하였다.

빈도貧道스스로 가난한 길로 가는 스님이라는 뜻 는 이미 기력이 쇠약해져 매양 같지가 않기에 장차 그대가 전부터 원하던 물건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나누어 주려고 하오.

이내 말을 마치고 이생李生을 데리고 침실 안으로 들어와 침상을 치우고 땅을 판 후 참나무 함을 껴안고 죽었다.

[14]

도적들이 들끓어서 목숨이 위태로울 당시였다. 임락시臨洛市안의 백성 중에는 추마推磨라는 눈 먼 노새를 기르던 자가 있었다. 그 노새가 아무 이유 없이 죽자 짐승을 잡아 장사하는 사람에게 팔았다.

그가 배를 가르자 두 개의 돌이 나왔다. 크기는 두 주먹을 합한 정도였고 자색이 붉게 나누어져 윤기 있게 빛났다. 가히 탐낼만한 물건이었다. 짐승을 잡아 장사하는 사람이므로 도둑무리들에게 보내니 그곳에 놓이게 되었다.

[15]

위온韋溫이라는 사람이 선주宣州26)에 살았다. 머리에 부스럼이 생기는 병에 걸려서 뒷일을 사위에게 부탁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스물아홉 살 때 교서랑校書朗이 되는 꿈을 꾸었다. 그 꿈속에서 산수滻水27)로 귀양을 가게 되어 두 명의 관리를 만나 공문서를 주게 되었다. 그러자 그 중 한 명의 관리가 불러서 말하였다.

저 무덤은 큰 공적을 세운 사람의 것이다. 그대에게는 모름지기 수많은 날들이 남아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수많은 날인데, 내가 어찌 도망가겠는가. 헛되이 벼슬을 하여 세상에 폐 끼치지 않으려고 죽었다.

26) 선주宣州: 안휘성安徽省선성현宣城縣.
27) 산수滻水: 섬서성陝西省남전현藍田縣에서 발원하여 서남쪽 골짜기로 흘러 들어간다. 남전현에서 동남 30리의 임동현臨潼縣에는 남전산藍田山이 있는데, 이 산이 바로 여산麗山즉 고구려 산이다.

[16]

예천위醴泉尉, 즉 예천의 관리 최분催汾의 둘째형은 장안성長安城숭현리崇賢里에 살았다.

여름에는 달이 뜰에 맑게 떠올라서 달빛이 사방에 넓게 퍼졌다. 마파람이 불면서 이상한 향기가 느껴져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남쪽 담의 흙이 움직이면서 무성해지는 것이었다.

최생崔生은 그것이 뱀이나 쥐인 줄 알았으나 별안간 한 도사가 나타나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달빛이 참으로 좋구나!

최생崔生은 놀라워하면서 도사를 향해 급히 달려갔다. 도사는느리게 걸으며 뜰 안으로 사라졌다. 당시 최분催汾의 나이는 40여 세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풍채와 거동이 맑고 예스러운 아름다운 기녀십여 명이 대문에 늘어서 있었다. 대문으로 들어가 보니 가벼운 생사로 짠 비취색 옷을 입고 머리에는 머리꾸미개를 쓴 절세의 요염한 미인이 있었다. 따르는 자들 모두가 향이 나는 깔개를 갖추고 달 아래에 줄지어 앉아있었다.

최생催生은 그것이 아름다운 여우가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하여 문짝을 던져 놀라게 해보았다. 그러자 도사가 돌아보면서 화를 내며 말하였다.

나도 이곳과 어울려 조용히 달빛만 바라보고 있다. 더구나 처음에는 우두커니 서 있지도 않았다. 어찌 이곳에서 거친 행동을 범하는가.또 사납게 말하였다.이곳은 땅 끝인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두 사람이 나타났다. 키는 겨우 3척 90㎝ 정도인데 머리는 거대하고 귀는 항아리만 하였다. 오직 머리를 숙이며 앞으로 나왔다.

도사는 최생催生을 돌아보며 그가 서 있는 곳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이곳에서는 사람이 음적陰籍저 세상 에 들어가 있는 친속親屬을 만날 수 있다. 가히 내세를 다스리는 곳이다.

두 사람이 종종걸음으로 나와 배부르게 먹고 있는 사이에 최생催生은 자신의 부모와 형이 모두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호위하는 사람이 수십 명을 잡아 줄을 세워 끌고 가는 것이었다.

도사가 꾸짖으면서 말하였다.

내가 이곳에 있다고 어찌 자식을 풀어주는 무례한 짓을 범하겠는가.

부모는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현세와 내세가 완전히 끊어져서 꾸짖어 타이를 수가 없습니다.

도사는 그들을 꾸짖어 쫓았다.

두 귀신이 돌아보며 말하였다.

이처럼 어리석은 사람들을 잡아오겠습니다.

두 귀신은 뛰어서 문에 이르러 탄환과 같은 붉은 물체를 최생催生의 입속으로 던져 넣었다.

이내 붉은 두레박줄이 가늘게 나왔다. 마침내 뜰에서 낚시하듯 당기면서 그를 꾸짖었다.

최생催生은 놀라서 말문을 잃고 스스로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다. 최생催生의 종과 첩은 울면서 호소하고 기생들도 열을 지어 절을 하면서 말하였다.

저 분은 신관神官을 맞이하였기에 이유 없이 큰 잘못에는 이르지 않을 것입니다.노여움이 풀어져 이내 옷을 떨치고 대문에서 나갔다. 최생催生은 병이 더욱 깊어만 갔다. 바야흐로 5, 6일이 흘렀다. 술을 따라 놓고 제사지내며 용서를 빌었지만 역시나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최생催生은 처음으로 문종이 사이로 죽은 형을 보았다. 비단으로 입술을 가려 모습을 달리한 것 같았다. 종들을 시켜 모두가 형을 맞이하게 했다.

한 계집종이 울면서 말하였다.

어찌 주인께서는 봄이 되었는데도 얼굴 가리개를 쓰고서 망령되게 입만 벌리고 있습니까?

지난날에 도사를 너무도 갑작스레 쫓아가느라 아랫입술이 칼에 베인 듯한 상처가 난 것이었다. 또한 옆에 사람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였다.

저승세계에서의 20여 년은 오히려 이와같이 짐이 될 뿐이었다.

[17]

신辛은 오경五經28)을 차례대로 가려 뽑아 소중히 간직한 후 상주常州로 혼인하러 가다가 섬서성陝西省에 이르렀다. 나무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는데 거지아이가 다리를 뻗고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부스럼이 나고 옷에는 이가 기어다녔다.

28) 오경五經：공자가 편찬한 유교의 5가지 경서. 역경易經·서경書經·시경
詩經·예기禮記·춘추春秋.

신辛의 옆으로 오자 신辛은 참을 수 없어 자리를 떠났다. 거지아이는 다시 그를 따라갔다. 신辛이 탄 말은 쇠약하여 서로의 거리가 멀리 벌어지지는 않았다. 거지아이는 힘써 말하는 것을 그치지 않고 앞으로 나왔다.

녹색 옷을 입은 한 사람이 나타나자 신은 예의를 표하고 그와더불어 말하였다. 거지아이는 뒤따라오면서 화답에 응하였다.

마을 근처를 지나자 녹색 옷을 입은 사람이 갑자기 말을 달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신辛은 괴이하게 여기며 혼자서 말하였다.

저 사람은 어찌 저리도 바쁜가?

이 일에 대해 거지아이가 말하였다.

저러할 때에 어찌 자유가 있겠습니까.

신辛은 특이한 말이라고 느끼며 비로소 그것에 대해 물었다.

그대가 말하는 시간은 무엇을 이르는 것인가?

거지아이가 대답하였다.

조금만 지나면 마땅히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어느 가게에 이르자 수십 명이 가게 문을 막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잠시 후 먼저 도착해 있던 녹색 옷을 입은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

신辛은 크게 놀라며 급히 말에서 내려 웃옷을 벗어 그를 덮은 후 말 위에 실었던 것을 풀고 그를 올렸다.

거지아이는 처음에는 가르쳐 줄 생각이 없었으나 말을 할수록 정이 들어 변주汴州29)에 이르러 신辛에게 말하였다.

29) 변주汴州: 하남성河南省개봉현開封縣서북.

저는 이곳에 머무를 것입니다. 공公은 무슨 일로 가십니까?

신辛은 혼인의 약조가 되어 있다고 말하였다.

거지아이가 웃으면서 말하였다.

공은 선비이기에 보통사람들처럼 살아서는 안 됩니다. 지금 혼인하려는 여인은 그대의 처가 아닙니다. 공께서 혼인할 날은 아직 멀었습니다.

하루가 지나 하나의 그릇에 술을 마주 들고 신辛과 이별하면서 상국사찰相國寺刹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대낮이 되어 불태운다면 이미 늦습니다. 이처럼 이별도 기한이 있는 것입니다.

절에 이유 없이 화재가 일어나 그 절이 무너졌다. 신의 곁으로가서 거지아이는 비단 머리띠를 신에게 주었다. 그 띠에는 하나의 매듭이 묶여있었다. 괴이하거나 의심스러울 때 풀어보라고하였다.

20여 년이 지나 신은 위남위渭南尉가 되었고 비로소 배裴씨와 혼인을 하였다. 배씨의 생일이 되어 친척과 손님들이 모였다. 갑자기 거지아이의 말이 생각이 나서 머리띠에 묶여 있던 매듭을 푸니 손바닥 만한 닥나무 판자가 나왔다. 그 판자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있었다.

신辛은 하동河東30) 배씨를 아내로 맞이하는데 모월某月모일某日생일이 그날이다.

신辛이 거지아이와 이별한 그 해에는 아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일찍이 봉래산蓬萊山과 영주산瀛州山31)의 문서가 인간세계로 귀양이라도 왔더란 말인가.

사방에서 소매를 걷고 신발을 모으는 것은 서민들에게 분노가 있다는 것이다 . 백성을 자주 긁으면서 재배하듯이 다스리면 헤지고 도탄에 빠지게 된다. 양자楊子32)가 말하던 주장과 같지 않을 뿐이다.

30) 하동河東: 산서성山西省영제현永濟縣동남.

31) 사기史記의 봉선서封禪書에 따르면 봉래산·영주산·방장산方丈山을 삼신산三神山으로 부르는데, 그곳에 선인仙人이 살며 불사不死의 영약靈藥이있다고 한다.

32) 양자楊子: 양주楊朱를 높여 이르는 말. 춘추전국 시대의 학자. 노장老莊사상을 이어받았다. 지나침을 거부하고 자연주의를 옹호하였다. 자기 혼자만이 쾌락하면 좋다는 위아설爲我說, 즉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주장하기도 했다.

〔주註〕

유양잡조전집酉陽雜俎前集이라는 책은 당唐나라 태종太宗(AD627년) 때 당나라 태상太常하성식叚成式이 지은 것으로 전집前集20권, 속집續集10권 그리고 홍명집弘明集14권을 합쳐 총4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양酉陽이라는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유酉는 단순히 닭이라는 뜻이 아니고 익다 성숙하다 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절기로는 음력 8월을 뜻한다. 이때는 만물이 풍성하게 열매를 맺는 계절을 뜻한다.

참고로 술이라는 주酒자를 보면 물 수 氵와 익을 유 酉가 합쳐진 글자이다. 이 의미는 음력 8월에 술을 담가야 숙성과 발효가 잘 되어서 술이 맛있게 익어간다는 뜻이다. 유酉에는 이와 같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양陽이라는 글자는 태양과 같이 밝게 드러내다 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수많은 일화들 중에서 세상에 드러낼 만한 가치가 있는 역사적 사실을 비유적, 풍자적, 해학적으로 엮어놓은 책이 유양잡조酉陽雜俎인 것이다.

본문의 17가지 이야기는 전집前集일권一卷지낙고支諾皐편에 실려있는 글이다. 지낙고支諾皐의 뜻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지支는 땅을, 낙諾은 순종의 의미를, 고皐는 높음·부르는 소리라는 뜻이 있다. 합쳐 말하면 인간세계에서 따라야할 높고 귀한 소리라는 것이다.

유양잡조속집 지낙고 상편에는 17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17단락의 이야기는 각각 독립된 듯하면서 결국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종의 옴니버스식 omnibus：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방식 구성이다.

유양잡조속집 지낙고의 내용에는 스님, 선비, 여인, 상인, 왕,걸인, 관리, 화가 등의 인간 군상들에서부터 도깨비, 요괴, 귀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과 요괴들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저자 하성식은 이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 수수께끼의 열쇠는 지낙고 상의 첫 편에 실려 있는 신라시조 김방이金旁㐌와 그의 손자 김추金錐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알수 있다. 신라의 건국을 비유적, 해학적, 압축적으로 말하고 있는 이 이야기가 중심이라면 나머지 16개의 이야기는 신라의 건국과 경영에 대해서 우회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김방이와 김추의 이야기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 해학적, 비유적, 풍자적 기법으로 쓰인 원문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풀어보자.

김방이는 본래가 귀족 출신이지만 나라가 망하는 바람에 걸인과 같이 얻어먹고 다닐 정도로 온갖 고생을 하다가 누에 종자를키워 비단을 생산하게 되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로 인해 그 후손들은 자립의 기반을 갖게 되기에 이른다. 여기서 나라가 망했다함은 진시황秦始皇의 진秦나라를 말한다.

후한서後漢書동이열전東夷列傳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진한기노자언진망지인辰韓耆老自言秦亡之人
진한辰韓의 늙은 노인이 스스로 말하기를 진秦나라가 망한 사람들이다.

양서梁書54권 열전列傳48 동이東夷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신라자기선본新羅者其先本진한종야辰韓種也진한역왈진한辰韓亦曰秦韓

신라의 본 선조는 진한辰韓의 뿌리이다. 진한辰韓은 또한 진한秦韓이라고 한다.

후한서와 양서의 문장만 살펴보아도 진한秦韓은 곧 진한辰韓이며, 진한辰韓은 바로 신라新羅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진秦나라가 육국六國을 통일하지만 그것이 화근이 되어 진秦나라는 곧 망하게 된다. 망한 후로는 나라를 세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진秦나라의 유민들은 방황과 표류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얻어먹고 돌아다녔다는 뜻으로 걸의식국乞衣食國이라는 치욕스런 호칭도 얻게 된다. 그러다가 마한馬韓의 동쪽경계로 피난 와서 눈칫밥을 먹으며 마한왕의 지배를 받고 살다가 별처럼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의지와 염원을 담아 별 진辰이라는 글자를 사용하여 진한辰韓이라는 이름으로 자립을 하게 된다. 그러나 스스로 나라를 세우고자 해도 처음부터 부강한 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신라라는 국명이 정립되기까지 신라가 얼마나 많은 국명과 별칭으로 불려졌는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정식으로 신라新羅’라고 불려지기까지의 신라의 국명 및 별칭의 변천과정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서야벌西耶伐, 걸의식국乞衣食國, 시라尸羅, 시림始林, 계림鷄林,비집기가국飛集其家國등이 그것이다.

서야벌西耶伐이란 서역에 있는 나라들을 칼로 치겠다는 뜻이다. 그 이유로 진秦나라는 지금의 대륙 감숙성甘肅省동남부에 있는 천수현天水縣에서 세워져 섬서성陝西省함양咸陽으로 도읍을 옮긴 후 망하였기 때문이다. 즉 망한 진秦나라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의지로 지은 이름이 서야벌西耶伐인 것이다.

신라인은 황제黃帝(BC 2679년) 아들 소호금천씨小昊金天氏(BC2578년)의 후예로서 성골 聖骨이란 왕족을 의미 출신이며 후에 귀족으로 대우를 받던 중 진秦나라, 즉 진한(秦韓：辰韓)이 망하고유랑생활을 하게 된다. 김방이金旁㐌형제가 걸인생활을 하다가 김방이의 손자인 김추金錐에 의해 신라가 세워진다. 최초에는 걸인생활을 했다고 해서 걸의식국乞衣食國이라 불렸다.

또한 별칭으로 시라尸羅라고도 불렸다. 신라新羅초기에는 시라尸羅, 즉 신라가 죽었음을 뜻한다. 왜냐하면 진秦나라가 망한뒤 백성들은 나라를 잃고 사방으로 흩어져 사는 것이 죽음보다 못하다는 의미에서 별칭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 후 육부六部가 모여 나라를 세우기로 하고 이름을 시림始林이라 했다. 그것은 여러 곳에서 수풀처럼 처음 생겼다는 뜻으로 지어진 나라이름이다. 참고로 육부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알천양산촌閼川楊山村감숙성甘肅省화정현華亭縣, 돌산고허촌突山高虛村감숙성甘肅省임담현臨潭縣, 자산진지촌觜山珍支村사천성四川省부능현涪陵縣, 무산대수촌茂山大樹村사천성四川省무현茂縣, 금산가리촌金山加利村감숙성甘肅省난주시蘭州市, 명활산고야촌明活山高耶村사천성四川省봉계현蓬溪縣이다.

신라 4대 탈해이사금脫解尼師今(AD 56~78) 9년 봄 3월에는 왕이 밤에 금성金城수풀 사이에서 닭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때 호공瓠公을 시켜 가보게 하였다. 호공이 가보니 금색이 나는 작은 함櫃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흰 닭은 여전히 나무 아래서 울고 있었다고 했다. 여기서 흰 닭이란 흰 옷을 입은 여자를 말한다.

사서史書에서 닭이라고 한 것은 여자를 말한다. 즉 본부인이 아닌 애첩이나 다른 여자를 해학적, 풍자적, 비유적, 은유적으로 기록할 때에 쓰는 사서史書의 기법이다. 고로 사서에 나타난 닭은 진짜 닭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호공瓠公이 와서 왕에게 사실을 고한 후 가지고 온 작은 금함金櫃을 열어 보았다. 안에 들어있던 어린 남자아이가 용모가 단정하고 수려한 것을 보고 왕은 기뻐 좌우 신하에게 말하기를 이것은 하늘이 나에게 내린 씨앗이 아니겠느냐. 고 하면서 이내 길렀다고 한다. 아이가 크면서 총명하고 지략이 많고 뛰어나므로 이름을 알지閼知라고 했으며, 아이가 금독에서 나왔다하여 성姓을 김金이라 한 후 나라 이름을 시림始林에서 계림鷄林으로 고쳐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계림鷄林이라는 나라 이름을 정한 것은 4대 탈해이사금脫解尼師今(AD 56~78) 9년 봄 3월부터였고 이때부터 뽕나무와 누에를 칠 사람들이 사방 백 리에서 모여들었다고 해서 비집기가국飛集其家國이라 했다. 즉 집집마다 너도나도 계림국으로 날아들었다해서 별칭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新羅라는 국명으로 불리게 된 것은 15대 기림이사금基臨尼師今(AD 295년) 때부터이다. 기림이사금基臨尼師今(AD 295~306) 10년에는 새로운 비단길이라는 나라 이름을 정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신라新羅이다. 즉 실크는 새롭게 짠 비단이란 뜻이고 로드는 길을 말한다. 그래서 실크로드란 비단길 명성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16개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신라와 연관이있을까? 우선 각 단락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17개 각 단락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김방이金旁㐌의 손자인 김추金錐는 주위의 핍박과 설움을 딛고 신라의 시조가 된다.

2.스님 지통智通은 학문의 지혜로써 요괴를 쫓아낸다.

3.엽한葉限은 부모가 돌아가시고 서모庶母의 그늘에서 온갖 수난을 겪으며 어렵게 생활하지만 착한 마음씨만은 버리지 않았기에 한 나라의 왕비가 된다.

4.아무리 의술이 뛰어난 왕초王超라도 한낱 인간의 기술로는 삶을 재단할 수 없는 것이다. 참다운 깨달음이란 삶 이전의 죽음을 관조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5.이곡李鵠은 멧돼지에게 쫓겨서 눈 깜짝할 사이에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넘어간다.

6.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있던 주을周乙곁으로 온 도깨비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하늘의 밝은 깨달음이 자신에게도 미치기를 소원한다.

7.벌레로 태어나 부질없이 날아다니다가 공력이 있는 승려가 머무는 보상사寶相寺로 날아와 마치 불나방처럼 불속으로 뛰어든다. 다음 생에는 벌레의 몸을 벗어나 향기로운 풀로 변모한다.

8.이화자李和子는 평소에 행실이 악독하여 저자거리의 개와 고양이를 무려 사백예순 마리나 잡아먹는다. 자기행위의 과정이 운명이다 라는 말처럼 이것이 업보가 되어 화자和子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9.유성柳成과 곽훤郭萱의 경쟁을 통해 무엇이 참다운 공부인가를 깨우쳐 주고 있다.

10.국성촌國盛村유씨劉氏는 허공을 향하여 몽둥이질을 한다. 병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키워낸 것이다.

11.내춘명경來春明經의 꿈같은 이야기, 그리고 과거에 급제하여 또 하나의 헛된 꿈속인 벼슬길로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12.자주磁州관아의 창고에 있는 궁을 지키는 돌에 원한이 쌓여, 그 원한이 곽의郭誼를 통해 나타나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13.중은 생전에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악기 형상의 물건을 결국 죽을 때에는 껍데기 함만 가지고 간다. 즉 아무리 소중한 물건이라도 무덤 속까지는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인간의 탐욕스런 집착을 힐난한 내용이다.

14.세상이 혼란하고 부도덕할수록 도둑은 들끓고 그로인해 백성들은 조정의 힘을 믿기보다는 힘센 도둑을 두려워한다. 마치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라는 말처럼 부조리한 세상인 것이다.

15.벼슬을 통해 큰 공적을 세워도 그 또한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 순리이다. 그러기에 나중에 큰 공적을 세우게 될까봐 위온韋溫은 폐 끼치지 않고 죽었다.

16.현세에서의 삶이 내세에 영향을 미치듯이 내세에서의 삶 또한 또 다른 현세에서의 삶을 결정짓는 것이다. 최분催汾의 저승세계에서의 삶이 현생의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17.신辛은 오경五經을 소중히 품고 혼인하러 간다. 선비로서는 당연한 행동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선비의 한계이다 유교적 . 사상에 갇혀서 더 큰 것을 간과하기 쉽고 눈에 보이는 현실적 가치보다는 보이지 않는 이상적 가치가 더 소중하고 심오하다는 내용이다.

17개의 단락을 4가지의 주제로 거칠게 나누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핍박과 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여 자신의 뜻을 펼쳐 성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본다면 여기에는 김추金錐 엽한葉限의 이야기가 해당된다.

둘째, 생生과 사死는 하나이고, 인과의 업보는 엄정하고 무서운 것이므로 불필요한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왕초王超 이곡李鵠 이화자李和子 유씨劉氏 곽의郭誼 최분催汾의 이야기가 해당된다
.
셋째, 학문의 연마를 통해 더 높은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내용으로서 지통智通 주을周乙 벌레 곽훤郭萱의 이야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넷째, 물질과 권력의 허망함을 알아 어리석은 집착에서 벗어나 시간을 소중히 하라는 내용으로 내춘명경來春明經 이생李生 도둑 위온韋溫 신辛의 이야기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그렇다면 4가지의 주제가 어떤 식으로 신라新羅의 건국建國과 관련되는지를 살펴보자.

앞에서도 말했듯이 신라의 직계시조는 황제黃帝(BC 2679년)의 아들 소호금천씨小昊金天氏(BC 2578년)라고 하였다. 여기서 더 근원으로 올라간다면 전 인류의 조상이자 한민족의 직계시조인 반고환인씨盤固桓因氏(BC 8937년)를 들 수 있다.

저자 하성식叚成式은 여러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신라의 건국이 단순하고도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고대로부터 흘러오는 사상적·철학적 원류原流, 즉 도맥道脈을 바탕으로 하여 세워진 필연적이고 합당한 그리고 심오하기까지 한 일이었다고 설명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해동역사海東繹史에 보면 반고환인씨盤固桓因氏(BC 8937년)는 법화경法華經을 만들어 백성들을 교화하였다고 한다. 유양잡조본문에 나오는 지통智通스님도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이 법화경이라는 책을 들고 공부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쾌차시키지 못하는 병이 없을 정도로 의술이 뛰어났던 명의名醫인 왕초王超도 황의黃衣라 불리는 사람에 이끌려 생生과사死는 둘이 아닌 하나라는 깨달음으로 인도된다고 쓰고 있다.

여기서 황의黃衣란 황제黃帝(BC 2679년) 또는 황제의 사상·철학과 같은 도맥道脈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황제내경黃帝內經도 황제와 신하인 기백岐伯이 천인지합인설天人地合因說,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과 같은 자연학自然學에 기초하여 의술에 관해 토론한 내용을 모아놓은 의학서가 아닌가. 또한 신라의 전신前身인 진秦나라는 여섯 나라를 병합하여 중앙집권적 통일제국을 세워 법령을 정비하고, 문자·도량형·화폐를 통일하고 전국적인 도로망을 건설하는 등의 위업을 달성한 전제국가가 아니었던가. 더구나 진시황제秦始皇帝라는 이름은 진秦나라가 처음으로 황제皇帝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고해서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고 하지 않는가.여기서 황제皇帝란 글자가 의미하는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풀이는 . 상고사학회 이중재 회장님의 풀이를 따른 것이다.

황皇이란 흰 백白자와 임금 왕王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희다는 것은 만유만물의 본체가 희다는 것을 의미하여 모든 것의 근원을 상징한다. 왕王’이란 하늘(一), 사람(一), 땅(一)을 하나로(丨) 아우를 정도로 지혜가 깊은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삼국유사三國遺事고조선古朝鮮편에 보면 반고환인盤固桓因을다른 말로 제석환인帝釋桓因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제석帝釋이란 만유만물의 진리를 깨달은 최초의 임금이며 도인道人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진시황제秦始皇帝는 스스로를 한민족의 백공白空사상을 이어받아 천하를 다스리려는 긍지 그리고 야망에 가득찼던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의욕에 비해서 진秦나라의 수명은 너무나도 짧았다. 그 이유는 자긍심이 지나쳐 자만으로 변질되어 결국은 자멸의 길을 걷게 되기 때문이다.

반고환인씨盤固桓因氏, 황제씨黃帝氏, 소호금천씨小昊金天氏등에서 알 수 있듯이 씨氏라는 글자는 최상의 순수, 정직, 청렴 그리고 검소한 왕에게 붙여지는 글자인 것이다. 씨氏라는 글자위에 한 획(一)을 더 그으면 백성 민民자가 된다. 이것은 백성이 왕 보다 높다 라는 사상적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래서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고도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진시황제秦始皇帝는 이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로인해 농민봉기가 일어나 진나라는 불과 4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이 되는 것이다.

저자 하성식은 그토록 화려했던 통일제국이 어이없게 무너졌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에서 이러한 물질과 권력의 오만함 그리고 허망함을 내춘명경來春明經 이생李生 도둑 위온韋溫 신辛이야기를 들어서 비유적으로 꾸짖고 있는 것이다 보이는 것은 . 한 순간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는 진리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진秦나라가 망하자 그 유민들은 150년간 고난과 치욕의 삶을 견디며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진한辰韓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별처럼 새롭게 일어서려고 했다. 그동안의 핍박과 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여 자신의 뜻을 펼쳐 성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김추金錐 엽한葉限의 이야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신라는 마침내 걸의식국乞衣食國이라 불리는 수모를 견디며 시림始林이라는 이름으로 김추金錐거서간居西干에 의해 BC 57년에 건국되는 것이다.

저자 하성식은 진秦나라의 건국은 화려했지만 그 끝은 허망했듯이 신라의 고난에 찬 건국이 진秦나라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과 끝, 건국과 멸망은 마치 생生과 사死처럼 둘이 아닌 하나의 인과관계로 엮어져 있으므로 늘 겸손한 마음으로 불필요한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왕초王超 이곡李鵠 이화자李和子 유씨劉氏 곽의郭誼 최분催汾의 이야기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파란만장했던 신라의 건국을 은유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나라를 경영해 나감에 있어서 진정 무엇이 더 소중한가를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 인간의 삶은 집착과 탐욕을 버리고 인간의 소중한 삶을 숭고한 정신으로 이어가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양잡조전집에 실린 신라편은 나라가 망하고 인간으로서 온갖 파란만장한 고난과 고통속에서 신라의 건국을 이룰 수 있었던 실상을 은유적이며 비유적인 문장으로 엮은 역작力作이라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