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59
2018/10/15(월)
“북방계 한민족은 없다” 파격적 새 학설  

“북방계 한민족은 없다” 파격적 새 학설

동남아시아에서 해안 따라 올라온 이동이 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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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50·151 최영태⁄ 2009.12.28 15:08:11

‘한국인은 북방 기마 민족’ ‘한국인의 선조는 북방으로 들어온 기마 민족과 남쪽으로 들어온 해양 민족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지금껏 우리가 알던 한국인의 원류에 대한 학설·주장들이다. 한마디로, 한국인은 북방 루트를 통해 들어온 기마 민족의 후예들과 남쪽 바다를 통해 들어온 해양·농경 민족의 후예들이 합쳐져 만들어졌다는 것이 여태까지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학설이 더 타당하다는 논문이 나왔다. ‘한국인은 모두 동남아시아에서 해안선 루트를 타고 올라온 남방계통의 후손들’이란 학설을 증명하는 논문이 세계적인 과학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렸다. 더군다나 이 연구는 한국의 박종화 박사(테라젠 바이오연구소 소장), 강호영 연구원(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 국립보건원, 숭실대를 포함하여 전 세계 11개국 40개 연구소의 93명 연구자가 참여해 73개 아시아 민족의 1900여 명 유전자를 분석한 초대형 연구의 결과이기 때문에, 기존 연구 결과를 압도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결론에서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내용은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인구는 거의 전부가 동남아시아에 중심을 둔 인구가 퍼져 이뤄진 것이며, 유럽 쪽에서 이른바 북방 루트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 북부-한반도-일본에 이르렀다는 북방계 민족의 이동은 없거나, 있어도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방계도 남방계가 북방에 적응한 사람들” 이번 범아시아 유전체 변이 컨소시엄(PASNP) 공동 연구진이 작성한 아시아 주요 민족의 이동도를 보면 이런 주장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특히 이동로의 가장 위쪽 노란색으로 표시된 ‘알타이족’의 이동 경로는 그간 우리가 배워왔던 화살표와는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여태까지는 북방민족이 중앙아시아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경로’를 통해 한반도까지 들어왔다고 표시했지만, 이번 공동연구진은 ‘동남아시아 쪽에서 올라온 남방계가 중앙아시아에서 동에서 서로 진출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그림의 맨 위쪽 노란색 선 참조).

이런 주장이 맞는다면, 여태까지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유럽의 우랄 산맥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유럽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고 생각됐지만, 앞으로는 ‘아시아인이지만 서쪽으로 향하면서 유럽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게 됐다’는 식으로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중앙아시아 사람의 근본은 유럽 사람이 아니라 아시아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이번 연구에 한국 측 정보 분석 책임자로 참여한 테라젠의 박종화 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저도 원래는 ‘한국인은 북방 루트를 통해 한반도에 들어온 사람이 주’라는 학설을 믿었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보니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며 “한반도 거주민은 비록 일부 북방 루트를 통해 들어온 사람도 있겠지만 절대 다수는 남방 루트를 통해 들어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진이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유전자 분석 결과 가장 다양한 유전형을 보인 것은 동남아시아 지역이었고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유전자의 다양성이 옅어졌기 때문이었다. 유전자의 다양성이 높다는 것은 그 지역으로부터 인구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6~7만 년 전 아프리카 떠난 인류, 3~4만 년 전 한반도 도착

현생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라고 하는 이른바 ‘아프리카로부터(Out of Africa)’ 학설의 유력한 근거는 현재 지구상에 사는 사람의 유전자형을 분석해보면 아프리카 사람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 사람이 살면서 번식을 많이 했고 그래서 유전적으로 다양한 갈래가 생겨났으며, 지금으로부터 10~20만 년 전에 아프리카 해안 지대에서 생겨난 현생 인류가 6~7만 년 전쯤에 이미 아시아에 와 있었고 3~4만 년 전쯤 극동아시아 지역까지 진출했다는 것이다. ‘원산지’에서는 워낙 오래 거주했기 때문에 유전적 다양성이 높지만, 아프리카 밖으로 나오면서부터는 그 중 일부만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도착했기 때문에, 예컨대 한국이 위치한 동아시아 지역까지 와서 사는 사람들은 유전적 다양성이 훨씬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흑인인 아프리카 사람들과 황인종인 한국 사람의 유전자 차이가, 같은 흑인인 아프리카 사람들 사이의 유전자 차이보다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프리카에는 키가 아주 작은 피그미 족부터 7척 장신인 에티오피아 사람까지 다양한 인종이 살기 때문에 아프리카 사람 사이의 유전적 차이가 아프리카인-한국인의 유전적 차이보다 더 크다는 것이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다. ‘인류의 고향이 아프리카’라는 데 대한 증거이다. 이번에 다국적 공동연구팀이 아시아 지역 73개 민족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에서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유전적 다양성이 옅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에서 나온 인류의 조상이 해안선을 따라 동남아시아까지 와서는 이 지역에 오래 머물며 번식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지역의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높게 됐다는 결론이다. 박종화 소장은 한국인·일본인이 현재의 위치에서 살게 된 경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던 사람의 일부가 지금으로부터 3~4만 년 전에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여 추운 기후에 적응하기 시작했으며, 그 중 일부가 한반도로 들러왔고, 일부는 일본 열도까지 건너가게 됐다.”‘신석기 혁명’ 때 대규모 인구 이동

유전적으로 볼 때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알타이족, 그리고 태국계의 타이카다이어 민족 계열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알타이족 계열은 일본 열도까지 진출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3~4만 년 전에 이뤄진 이런 이동은 “대규모 이동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박 소장의 설명이다. 당시 이동 규모는 상대적으로 소규모라고 할 수 있으며, 훨씬 규모가 큰 대규모 이동은 지금으로부터 1만~1만2000년 전쯤의 이른바 ‘신석기 혁명’ 때였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신석기 혁명이란 그때까지 자연계에 존재하는 먹을 것을 사냥 또는 채집으로 먹어 왔던 인류가 사상 처음으로 직접 씨를 뿌리고 작물을 키워 농사를 지어 먹을 것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 전에 수렵·채집 시대에는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을 것의 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없었지만, 신석기 혁명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비로소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게 됐고, 그 영향으로 인구가 크게 늘면서 불어난 인구 중 일부가 새로운 땅을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지질학적으로, 지금부터 약 1만5000년 전후엔 해수면이 지금보다 100m 정도나 낮아서 동남아시아 섬들과 대만·한반도·일본 등이 육지로 붙어 있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비록 이번 사이언스 논문에는 그 내용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컨소시엄에서는 토론이 많이 있었다. 낮은 해수면으로 육지가 맞닿아 당시 동남아시아 및 동아시아인들이 광범위한 지역으로 퍼져 나가기 좋은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었음을 말한다. 이미 3~4만 년 전에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 들어와 있던 인구가 있었지만, 신석기 혁명 이후 1만~1만2000년 전 시기에 새로운 유입 인구가 농업 중심지인 동남아시아에서 대거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한반도를 지나 일본까지 이르렀다는 게 공동연구진의 결론이다. 그간 조상들의 한반도 이동설을 연구한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인·일본인의 유전적 특징에 대해 “남방계보다는 북방계의 유전적 특징이 더 강하다”고 밝혀왔다. 유전적으로 한국인·일본인은 중국 북부나 시베리아 등의 북방계 민족과 유전적으로 가깝지, 동남아시아·남중국 중심의 남방계와는 차이가 난다는 결론들이었다.

“중앙아시아 사람들도 동남아시아에서 출발” 이에 대해 박 소장은 “그 북방계 유전자를 여태까지 구미 학자들은 ‘유럽·중동을 출발한 인류의 선조가 중앙아시아를 지나 한반도·일본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지만, 이번 대규모 조사 결과 그 북방계는 중동→중앙아시아를 거쳐 온 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 근거를 갖추고 번성한 아시아 민족이 북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현지 기후에 적응한 사람들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즉, 한국인의 피에 북방계 혈통이 분명히 흐르지만, 그 북방계라는 것이 ‘북방 루트’를 통해 한반도까지 들어온 아니며, 동남아시아 거주민들이 북쪽으로 올라가 북방계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의 결과, 앞으로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정착한 루트가 구미 학자들의 종래 주장대로 ‘서쪽에서 동쪽으로’였는지, 아니면 이번 대규모 조사 결과처럼 ‘동쪽에서 서쪽으로’였는지에 대해 앞으로 새로운 논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그간 중앙아시아에서 발굴된 조상들의 형질은 ‘백인 모양을 닮았다’는 연구도 있었고 ‘아시아 사람의 유전자더라’는 식으로 서로 엇갈린 연구 결과가 나왔었다. ‘정주영-박태준’식 얼굴 구분법, 더 이상 무의미 선조들의 이동 경로에 대해서는 항상 ‘일본인은 한반도를 경유해 일본 열도에 들어갔는가’하는 점이 논란이지만, 이번 연구에서도 드러났듯 일본인들이 한반도에서 열도로 들어갔다는 점은 재론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다”는 게 연구진들의 결론이다. 한국에서도 번역된 이란 책을 낸 일본 교토대학의 분자인류학자 시노다 겐이치도 저서에서 “적어도 일본 규슈 지방과 한반도 남부는 같은 인구집단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고 밝혀, 한반도 남부를 통해 일본으로 인구가 이동했으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대규모 연구 결과, 그간 한국에서 통용돼왔던 통설, 즉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같은 얼굴(얼굴이 길고 털이 없으며 눈이 가늘고 광대뼈가 발달함)은 북방계 유래의 대표적인 얼굴이고,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같은 얼굴(얼굴이 작고 털이 많으며 눈이 크고 광대뼈가 발달하지 않음)은 남방계의 대표적 얼굴’이라는 해석도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됐다. 북방계 얼굴이든 남방계 얼굴이든 그 출발점은 모두 동남아시아이며, 단지 현지 기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얼굴 형태가 달라졌을 뿐, ‘중앙아시아를 경유해 한반도로 들어온 이른바 북방계’는 이번 연구를 통해 확실히 부정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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