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73 이름: 李開春 2007/4/2(월) | |
 [기고] ‘국새’ 적당히 만들면 안된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헌법학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헌법학 공모를 통해 당선된 국새 모형에 새겨진 ‘대한민국’이란 글자가 잘못되었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글자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당선작을 무효로 하지 않고 이를 수정하겠다고 하여 그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당선작이 잘못됐으면 이를 낙선처리하고 그 후속절차를 밟으면 된다. 굳이 이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타당하지 않고 공무처리에서도 투명하지 않아 여러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국가상징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에서 발생했다고 본다. 국기(國旗), 국가(國歌), 국가 문장(紋章) 등 국가상징은 국가적 수준의 상징적 의미로 인하여 헌법에서 이를 정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국기에 대해 ‘대한민국국기법’으로 정하고 있을 뿐, 나머지에 대해서는 법률로 정하고 있는 것이 없다. 국새(國璽)의 새(璽)는 원래 중국 진(秦)나라 이래 황제의 도장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당나라 현종 때 ‘보(寶)’라는 말로 바뀌었다. 새(璽)나 보(寶)나 기원상 군주국가에서 사용된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왕조시대에 왕의 문서에 이런 ‘보’를 사용했는데, 건국 이후에는 국가를 나타내는 인장이라는 의미로 ‘국새’라는 말을 사용하고, 1949년 ‘국새규정’을 제정했다. 현재 국새는 헌법개정공포문의 전문,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가공무원의 임명장, 훈장증과 포장증, 주요 외교문서 등 국가적으로 상징적 의미를 갖는 중요 문서에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국새의 인문(印文·새겨진 글자)이다. 1948년의 최초 헌법 이래 현재까지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호는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표기는 한글이 아니라 한자이므로, 국새가 국가의 상징이고, 이를 공적으로, 원본을 증명하는 관인으로 사용한다면 인문은 한자인 ‘大韓民國’이라고 하는 것이 법적으로 옳다. 국새규정에서는 1949년 인문을 ‘大韓民國之璽(대한민국지새)’로 정했다가, 1962년에 한글 전서체(篆書體)로 바꾸었다. 1999년에는 글자체를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로 한다고 바꾸어 현재의 상태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새는 관인이기 때문에, 국호의 표기는 헌법상의 것이어야 하지만, 한글로 한다고 하더라도 한글의 자모는 국어기본법에 근거하고 있는 한글맞춤법에서 정하는 것이어야 법적으로 유효하며, 훈민정음의 자모는 오늘날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새가 원본 증명의 의미도 관인의 의미도 없이 오직 하나의 문양에 불과한 것이라면 훈민정음체든 다른 체든 모양이 좋게 디자인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1999년 인문을 훈민정음체로 바꾼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한글에는 전서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문제가 된 사항은 국새의 제작자가 인문의 획수가 국운에 연관된다며 대한민국 ‘국’자의 ‘ㄱ’을 두 획으로 한 점이다. 획수를 국운에 연계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도 없는 것일뿐더러 법적으로는 한글맞춤법에 따라 한 획이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훈민정음체에서도 한 획이다. 국새는 국가상징과 원본 증명의 의미를 갖는 법적인 관인이기에 적당히 만들거나 민족정기니 국운이니 하며 신비화하여 혹세무민할 일이 아니다. 인뉴(印?)는 최고의 조각가가 조각하고, 인문(印文)은 최고의 전각가가 새기고, 인재(印材)는 재질을 다루는 최고의 기술자가 만들면 된다. 문제가 된 점은 투명하게 처리하되, 현재 규정도 문제가 많으므로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 http://news.hanafos.com/force/View.asp?articleno=27454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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