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의 공주(公州) 편에는 다음과 같은 싯귀가 있다.

       熊川連海雞岳柱天

       雞龍爲鎭熊津爲襟帶

    웅천(熊川)은 바다로 이어지고, 계악(雞岳)은 하늘처럼 솟아있다.

    계룡(雞龍)은 진(鎭)이 되고, 웅진(熊津)은 허리띠처럼 둘러있다.

  웅천(熊川：熊津)은 원래 마한(馬韓) 땅으로 기록되어 있다.

  ★ 삼국사기의 온조왕편의 기록을 보자.

   • 溫祚王 十三年.

   秋七月, 就漢山下立柵, 移慰禮城民戶.

  八月, 遣使馬韓告遷都遂畫定疆場, 北之浿河, 南限熊川, 西窮大海, 東極朱壤.

  온조왕 13년 7월에 한산(漢山) 아래에 책(柵)을 세우고 위례성(慰禮城)의 민호를 옮겼다.

  8월에 마한(馬韓)에 사신을 보내어 천도(遷都)를 고하고 강역을 획정하였다.

  북으로는 패하(浿河)에 이르고 남은 웅천(熊川)에 한하며, 서는 대해(大海)에 이르고, 東으로는 주양에 이르렀다.

  • 二十四年, 秋七月, 王作熊川柵, 馬韓王遣使責讓曰, 王初渡河, 無所容足, 吾割東北一百里之地安之…王慙壞其柵.

  24년 7월에 왕이 웅천책(熊川柵)을 세우니 마한왕이 사신을 보내어 나무라기를 “왕이 처음 하수(河水)를 건너 발디딜 곳이 없자, 내가 동북(東北) 100리의 땅을 떼어 편히 지내게 하였으니…”

  왕이 부끄러이 여겨 드디어 책(柵)을 헐었다.

  이를 통해 보듯이 웅천은 원래 마한의 땅이었고, 마한 왕이 고구려에서 도망 온 온조왕에게 마한 동북의 땅 1백 리를 제공해 주었는데, 그 땅이 패하(浿河) 이남에서 웅천(熊川) 밖의 일대 땅으로 보인다.

  그런데 온조왕이 그곳에 터를 잡고 야금야금 마한의 땅을 노리기 시작한다.

  ★ 그렇다면 당시 쇠망의 길을 걷기 시작하던 마한의 위치를 보자.

  한치윤(韓致奫)의 해동역사(海東繹史)에는, 한(韓)은 대방(帶方)의 남쪽에 있으며, 東西로는 바다가 경계이며, 南으로는 왜(倭)와 접하고 있다.

마한은 그 서쪽에 있었다, 라고 되어있다.

  韓在帶方之南, 東西以海爲限, 南與倭接, 馬韓在西…

  마한은 기자조선(弁韓)의 마지막 왕 준(準)이 도망을 간 곳이다.

  마한의 땅은 해(海)로 표현되고 있고, 준(準)이 그곳에서 해중왕(海中王)이 되었다고 했다.

  • 한단고기(桓檀古記) 번한세가(番韓世家) 下.

『…箕丕薨 庚辰子箕準立 丁未爲流賊衛滿所誘敗遂入海而不還』

  준은 위만의 간계에 빠져 패하고는 바다로 들어가(入海) 돌아오지 아니했다.

  • 통전(通典)의 변한(卞韓)편.

 『…初朝鮮王準, 爲衛滿所破, 乃將其餘衆數千人走入海, 攻馬韓破之, 自立爲韓王…』

조선왕 준(準)은 위만(衞滿)에게 패하게 되자 남은 무리 수천 명을 이끌고 바다로 들어갔다(入海). 그리고 마한을 격파하고 스스로 한왕(韓王)이 되었다….

  • 해동역사(海東繹史) 삼한편.

 『…準王海中. 不與朝鮮相往來』

 준은 해중(海中)의 왕이 되어서는 조선과 서로 왕래하지 아니했다.

 『準以韓地金馬郡(按今益山郡)爲都』

 준(準)은 마한의 땅인 금마군(金馬郡)에 도읍을 정하니 (살펴보건대 지금의 익산군(益山郡)이다)

  ① 은 한서지리지(漢書地理志) 연지(燕地) 條에 나오는 낙랑해중(樂浪海中)

  ② 는 변한(弁韓)의 준왕(準王)이 도망간 해중(海中), 즉 금마군(金馬郡) 익주(益州).

  아래 지도를 살펴보면 ‘해중(海中)’ ‘입해(入海)’라는 말이 실감될 정도로 익주(益州)는 수많은 물길 속에 휘감겨 있다.

  馬韓은 후한서(後漢書)에서 칭하기를 54개국이라 했다.

  삼국지(三國志)에 기록된 것을 보면 막로국을 싣고 55개 나라라고 적고 있다.

  後漢書稱五十四而, 三國志所錄, 莫盧國載爲五十五國.

  그리고 방경은 모두 4천여 리였다(合方四千餘里…)

  각각 우두머리의 인솔하에 산해(山海) 지간에 흩어져 살았다. 성곽이 없었다(各有長帥散在山海間. 無城郭)고 했는데, 위의 지도를 참고하자면 수많은 물길을 방패로 삼아 각 부족들이 흩어져 살았음을 알 수 있다.

  ★ 마한(馬韓)은 대방(帶方)의 남쪽에 있다고 했다.

  중국고금지명대사전에는 대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帶方郡, 漢置帶方縣, 後漢末公孫康割樂浪郡南部爲帶方郡地, 以帶水爲名, 晉因之, 後沒於高麗… 高句驪倂樂浪後, 帶方遂爲高句驪百濟競爭之地, 後魏復置帶方縣於此.

  대방군은 한나라 때 두었던 대방현이다. 후한말 공손강이 낙랑군 남부를 쪼개어 대방군을 두었다. 대수(帶水)라는 지명으로 인해 대방이라는 이름이 되었다.

진(晉)나라로 연유했다. 후에 고구려에게 멸망했다 …

고구려가 낙랑을 병합한 후에, 대방은 고구려와 백제의 다툼의 땅이 되었다. 후위 때 다시 대방현을 이곳에 두었다.

  • 중국고금지명대사전에서, 진(晉)나라를 찾아보았다.

  國號晉, 都洛陽, 在今河南洛陽縣東北二十里.愍帝徙都長安,在今陝西長安縣西北十三里…

  진(晉)나라. 도읍은 낙양이다. 지금의 하남성 낙양현 동북 20리에 있다. 민제 때 도읍을 장안으로 옮겼다. 지금의 섬서성 장안현 서북 13리에 있다.

  이를 통해 보건대 대방(帶方)은 대략 위의 지도 ①과 ② 사이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마한 동북의 땅 1백여 리를 얻어 나라를 세웠던 백제는, 서서히 힘을 길러 마한의 땅을 향해 강역을 넓혀가기 시작한다.

  온조왕 13년에는 발톱을 감추고 사신을 보내어 이것저것 보고하는 형식을 취하더니, 드디어 온조왕 24년에는 웅천책(熊川柵)을 세워 마한(馬韓)에 도전장을 던지게 된다.

그리고 26년에는 마한의 땅을 넘보기 시작한다.

  • 二十六年, 秋七月, 王曰, 馬韓漸弱, 上下離心, 其勞不能久, 儻爲他所幷, 則脣亡齒寒, 悔不可及, 不如先人而取之, 以免後艱

  26년 7월에 왕이 말하기를 “마한은 점점 쇠약해지고 상하의 인심이 갈라져 능히 오래 지탱하지 못할 형세이다. 만일 남에게 먹힌다면 순망치한의 격이 될 것이니 후회하더라도 이미 늦을 것이다. 남보다 먼저 마한을 취하여 후환을 면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 冬十月, 王出師陽言田獵, 潛襲馬韓, 遂幷其民邑, 唯圓山錦峴二城, 固守不下.

  10월 왕이 군사를 내어 겉으로 사냥을 한다하고 몰래 마한을 쳐서 그 백성들과 땅을 병합했다. 그러나 오직 원산(圓山)과 금현(錦峴) 두 성만이 굳게 지키고 항복하지 아니했다.

  결국 마한은 백제에 의해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 二十七年, 夏四月, 二城降, 移其民於漢山之北, 馬韓遂滅…

  온조왕 27년 여름 4월에 두 성이 항복했다. 그 백성들을 한산의 북쪽으로 이주시켰다.

  마한이 마침내 멸망했다.

  ★ 해동역사(海東繹史) 삼한편에는, 준(準)이 마한의 땅인 금마군(金馬郡)에 도읍을 정했는데, 지금의 익산군(益山郡)이라고 했다.

  삼국유사에 보면, 백제는 금마산(金馬山)에 도읍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甄萱上太祖書云, 昔馬韓先起, 赫世勃興, 於是百濟開國於金馬山

  견훤이 태조에게 글을 올려 말하였다.

  옛날에 마한이 먼저 일어나고 혁거세가 일어나자, 이에 백제가 금마산에서 나라를 세웠습니다.

  • 삼국사기 열전 견훤(甄萱)편에도 같은 기록이 보인다.

  吾原三國之始…百濟開國金馬山…

  내가 삼국의 기원을 상고해 보면…백제는 금마산에서 개국하여…

  백제가 금마산에 도읍을 했는데, 금마산은 전라도 익산으로 비정해놓고 있다.

  홈페이지 익산시의 기록으로는 백제 무왕 때에 익산에 도읍을 닦았다고 되어 있고, 고고학자들 역시 익산이 백제 때의 금마산(金馬山)이 있던 곳이며, 금마저군(金馬渚郡)이였으며, 백제의 왕도(王都)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며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라도 익산(益山)이 고려 때의 익주(益州)이며 금마산이 있던 곳이라는 추정이 어디에 기인했나 의문이 들만큼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 즉 백제가 익주(益州)에 도읍했다는 것은, 익주(益州)가 국한된 지명(地名)이 아니라 발해(渤海) 등과 같은 포괄적인 지역명(地域名)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백제의 초기 도읍지였던 한성(漢城)이나, 중흥기의 도읍지였던 웅진(熊津)과 사비(泗沘)도 아닌, 백제의 중심부를 벗어난 익산(益山)의 한 山을 들먹일 이유가 없다.

  당시 사천성 지역은 익주(益州)로 통칭되던 시절이었다.

소설 삼국지를 보더라도 익주(益州)와 성도(成都)를 구별해 부르고 있다.

  한(漢)나라 때의 지도를 보면 사천성 일대가 益州로 표기되어 있다.

  수경주소(水經注疏)에 의하면, 한(漢)나라 때의 익주의 치소(治所)는, 광한군(廣漢郡) 낙현(雒縣)→면죽(綿竹)→성도(成都)로 옮겨짐을 본다.

  즉 이 일대가 익주(益州)의 중심지가 된다.

  당(唐)나라 인들이 곰(熊)의 언덕(唐人所謂熊阜外虞也)으로 불렀던 익주(益州) 지방 ― 지금의 중국 사천성(四川省).

  마한(馬韓)과 백제(百濟)와 고려(高麗)의 강역이었던 곳.

 다음 편에는, 익주(益州) 지방으로 흐르는 백제(百濟)의 주요 강(江)에 대해 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