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후기에, 약소국인 정(鄭; 지금의 하남성 정주 부근) 나라의 대신이던 자산(子産)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남자입니다. 산부인과 의사도 아닌데, 자(字)가 참 특이하군요.)

자산은 강대국인 진(晋), 초(楚) 사이에 끼인 약소국 정나라의 절박한 운명을 알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애를 쓴 인물입니다.

그래서 자산이 살아 있을 때와 그 후 얼마 동안은 그럭저럭 나라를 보전했으나, 결국은 정나라는 진나라에서 떨어져 나온 위(魏)나라에게 망하고 말았습니다. (삼국시대 위나라와는 다름)

아무리 위대한 인재가 있어도, 국가의 약소함이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천하대란 시기엔 이런 인물이 필요합니다.

우리 나라는 서구문명과 비서구문명의 경계선에 있습니다.

엄청난 싸움이 이제 벌어지게 됩니다. 15년 내에.

저는 미국 쪽에 서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해 오던 사람입니다만, 최근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에 미국은 이제 자기 나라 지키기에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중동의 석유 확보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남한에는 6.25 직전처럼 "군사고문단" 만 남겨 두고, 전투병력들은 중동으로 옮겨질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천하대란의 초기단계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말아야 합니다.

비록 석유수입이 차단되더라도, 식량 비축분이 많으므로, 북한식으로 살아간다면 국민의 상당수의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굶주리고 죽는 사람도 있겠으나, 천하가 엉망진창이 되는 상황에서 인구의 10%-20% 감소는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나라의 석유비축분이 얼마 안 된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말래카 해협에 해군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희생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전쟁에 휘말리지 말고, 최대한 결전의 시간까지 힘을 비축해 놓아야 합니다.

천하대란은, 결국 지구전, 소모전입니다. 마지막까지 버티는 넘이 이기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볼 때 아래에 제가 써 놓았던 글처럼 우리 나라가 최후까지 버틸 확률은 상당합니다.

우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합니다. 등거리 외교를 하고 배신을 해서라도 일단은 살아남아야 합니다.

일단 한국군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한번 패하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한국은 남미나 아프리카, 유럽까지 힘을 내뿜을 여력은 없습니다. 잘 해야 만주, 일본 남부, 중국 동부와 운이 좋으면 강남 지역, 신강 지역 (투르케스탄)까지는 힘을 쓸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위해선 이웃 나라들이 자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아무리 조급증이 나도 말입니다.

두 번의 기회는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