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무구정광탑중수기’(이하 중수기)와 관련해 새로운 논고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덕성여대 남동신 교수가 최근 한국역사연구회 웹진에서 발표한 ‘불국사무구정탑중수기와 다보탑’과 목포대 최연식 교수가 〈불교학리뷰〉2호에 소개한 ‘불국사무구정광탑중수기의 내용에 대한 기초적 검토’가 그것이다.
다보탑(좌), 석가탑(우)
남동신 교수 “탑 부재 명칭 등 기록된 내용 다보탑에 어울려” 주장
석가탑 중수기는 ‘불국사서석탑중수형지기’ 밝혀
현행본은 고려후기 등사본 가능성도 새롭게 제기
특히 남동신 교수는 “중수기가 석가탑의 중수기가 아니라 다보탑의 중수기”라는 견해와 함께 중수기가 1024년 당시에 기록된 원본이 아니라 고려 후기에 원래의 문서를 다시 옮겨 적은 등사본일 가능성을 새롭게 제기했다.
올해 3월 공개된 묵서지편 일부.
지난 3월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한 묵서지편을 살펴보면 〈보협인다라니경〉과 중수기(1024), ‘불국사서석탑중수형지기’(1038), ‘보시명공중승소명기’ 등 4종의 문건으로 이뤄져있다. 이 가운데 중수기는 크게 탑의 내력, 사리함과 무구정경 등의 봉안, 중수 대 공양품목과 담당자, 보시자 및 일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중수기 해독과 동시에 중수기의 유물목록과 석가탑에서 출토된 유물이 일치하지 않아 논란이 돼왔다. 예컨대, 중수기에 나와 있는 돌도끼가 석가탑 사리공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 등이다. 이에 대해 그는 ‘중수기가 석가탑을 중수한 기록’이라는 대전제를 뒤집음으로써 해답을 찾고 있다.
먼저 남 교수는 중수기에 등장하는 앙련대(仰蓮臺, 연화대좌)와 화예(花, 꽃술)와 통주(筒柱, 대롱 모양의 기둥) 등 탑 부재의 명칭에 주목했다. “통주, 앙련대, 화예는 다보탑의 고유 부재로 다보탑을 자세히 보면 대나무 기둥인 통주 위에 활짝 핀 연화대좌가 있고 연꽃 위에 나지막한 8각형 돌담장이 꽃술기둥을 감싸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석가탑의 중수기는 없는 것일까. 남 교수는 ‘불국사서석탑중수형지기’가 그것이라고 말한다. 석가탑이 대웅전 서쪽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서석탑’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남 교수는 “중수기가 1038년 보다 더 나중인 고려 후기에 필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수기를 보면 이 문건이 태평 4년(현종 15) 4월에 기록됐다고 나와 있다. 또 판독문 5행에서는 ‘현종원문대왕’이라고 했는데, 현종은 묘호(廟號)이고 원문대왕은 시호(諡號)로 모두 현종이 1031년 5월 사망하고 난 이후에 추증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모순된다. 1038년에 형지기를 만들면서 중수기도 그 때 새로 작성됐다는 견해도 있지만 남 교수는 그보다 늦은 시기로 추정하고 있다. 그 근거로 판독문에 2행에서 5행 사이에 인용된 ‘왕대력’이 12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김관의의 〈왕대종록〉과 같은 책일 수 있다는 것. 또 15행에 언급된 ‘장수사’의 ‘사’자가 결사를 뜻하는 ‘사(社)’로 보임에 따라 결사운동이 성행한 고려 후기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최초의 중수기는 다보탑이 중수된 1024년에 작성됐겠지만, 묵서지편에 포함된 현행 중수기는 고려 후기에 새로 필사돼 다른 문서와 함께 석가탑에 봉안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목포대 최연식 교수가 〈불교학리뷰〉2호에 소개한 ‘불국사무구정광탑중수기의 내용에 대한 기초적 검토’를 통해 그간 간과했던 불국사종파와 스님 구성 등에 주목했다. 신라말 최치원의 글에서 ‘화엄불국사’라고 칭하고 있듯, 불국사는 오랫동안 화엄종사찰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번 중수기에서는 ‘유가업(瑜伽業)불국사’라고 밝히고 있어 불국사가 어느 시기에 법상종 사찰로 성격이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또 중수기에 언급된 삼강곡(三綱曲)에 대해서 “도감, 부도감, 부감 등 삼강곡의 구성원은 선종이나 다른 교정 사찰의 삼강과 구성상의 차이를 보여주는 자료”라며 “11세기 전반 불국사의 소속이나 사찰운영조직, 스님들의 구성양상 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337호/ 6월23일자]
No, 67
"무구정광탑중수기는 다보탑 기록한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