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을 헤치며/당당하게>   작사·작곡 안치환, 노래 안치환   [안치환 4집] 1995   악보파일| 샘플파일

▶ 수풀을 헤치며 수풀을 헤치며 물길을 건너 아무도 가려하지 않던 이 길을 왔는데, 아무도 없네 보이질 않네 함께 꿈꾸던 참세상은 아직도 머네 삶의 한가운데 서있는 사람이 있고, 삶의 변두리에 서성거리는 사람있고 이 모든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비웃고 조롱하며 서있는지 앉았는지 떠났는지 남았는지도 아무 것도 모르는 자와 이 세상은 도네… 떠나가는 자 남았는 자 울며 웃고 마시고 취해서 떠드는 사람들 속에 그댄 없는가 그댄 없는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자신의 안위를 즐기는가 삶의 한가운데 서있는 사람이 있고, 삶의 변두리에 서성거리는 사람있고 이 모든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비웃고 조롱하며 서있는지 앉았는지 떠났는지 남았는지도 아무 것도 모르는 자와 이 세상은 도네… ▶ 당당하게 무대 위에 불빛은 꺼지고 조용한 이 노래만 남아있소 오늘의 내 삶을 뒤돌아보니 아쉬움과 기쁨이 함께 하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었소 인간에 대한 사랑의 길로 무엇이 바뀌고 변하였소 그 누가 대답해 주오, 그 누가 대답해 주오 살고 싶소, 당당하게 살고 싶소, 살고 싶소, 당당하게 살고 싶소 오늘은 비록 흐린 날에 취했어도 내 마음은 언제나 그대들과 하나요 그 모든 것을 사랑하며 살고 싶소 희망이란 내일 찾아 우리 모두 당당하게… 안치환은 소위 '민중음악'을 하였던(?), 하는(?) 사람으로는 보기 드물게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대중적 음악인이다. 내가 그를 처음 안 것은(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그의 노래 <솔아, 푸르른 솔아>를 통해서였다. 나의 대학생 시절, 그것도 사회가 개헌정국과 이한열씨 사망 사건으로 극한으로 치닫던 그때…, 연세대에 다니던 [조금은 극열파(?)에 속하던] 내 친구가 너무 좋은 노래가 있다며 악보를 보여주면서였다. 이 노래는 그때부터 바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널리 불리워졌다. 그러나, 안치환이라는 이름 석자가 확연히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1990년대초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일반 대중들에게 [안치환 3집]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라는 노래로 크게 어필했지만, 그가 진정 우리에게 외치고 싶은 노래는 같은 앨범에 있던 <자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것은 그의 음악적 배경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시도하고 있는 음악의 핵심이 그렇기 때문이리라. 그후로도 안치환은 5장의 앨범(그의 [안치환 1+2]을 포함하여)을 발표했는데, 이렇게 어느 정도 상업성으로 포장된(?, 지나친 표현이 아니었길 바란다) 서정성과 참여적 외침이 한 앨범에 아우러진, 그러나 조금은 위태로운 노래들의 동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가 직접 의도하였을 수도 있고, 앨범의 판매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나라와 같이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음악인이 독립적으로 그의 노래를 부르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그의 몸부림만은 우리들이 꼭 지켜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는, TV와 라디오가 일방적으로 선곡해주는 초등학생 수준의 안무와 재롱 잔치가 전부일테니 말이다. [안치환 4집]은 안치환이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들 중 가장 걸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물 따라 나도 가면서>(김남주 시), <시인과 소년>(신동엽 시)을 제외한 나머지 노래 모두를 그가 작사하였고, 이 앨범의 모든 노래를 그가 작곡하였다. 뭔가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싶은데, 갑자기 말주변이 없어지는터에 이 앨범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 대신하고자 한다. 단연 90년대 한국 록에서 가장 중요한 음반 중의 하나이고, 그의 최고작이자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필청 음반.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너를 사랑한 이유A>, <내가 만일>과 한국 록의 어법을 나름대로 완성시킨 <수풀을 헤치며>, <너를 사랑한 이유B> 등이 절묘하게 교차되어 실렸고, 지금 들어도 가슴 벅찬 '영속성'을 띤 음반이다. (중략) 그외 <당당하게>, <고향집에서>, <겨울나무> 등이 담긴 안치환의 본작은 요 근래 몇 년만에 순수하게 감동을 준 음반이었고, 살아가는 단면들을 적절하고 통찰력있는 비유로 노래하는 그의 곡들은 그를 단지 운동권가요 출신의 '노래는 잘 하나 경직된 가수'로 보아왔던 사람들에게 개벽적 이미지를 보여 주었다. (박준흠,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중에서, 교보문고, 1999) 이외에도 안치환의 앨범으로는 위에서 잠시 언급하였던 [안치환 3집](1993), 최초 그의 1집과 2집을 다시 녹음한 [안치환 1+2](1994), <타는 목마름>과 같이 70,80년대 운동가요를 모아부른 [nostalgia](1997), <희망이 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이 수록된 [안치환 5집](1997) 그리고 최근작 [안치환 6집]이 있다(아직 [안치환 6집]은 들어보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음, 음반가게에 가서 본 일이 있는데, 마침 돈이 없어 그만 사지 못했다네). <수풀을 헤치며/당당하게>, 이 두 노래는 상호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고, 회의(懷疑)와 결단이며, 냉소와 껴안음의 관계에 있다. <수풀을 헤치며>가 왠지 음울한 금속성의 전자기타의 전율로 시작된다면, <당당하게>는 따뜻한 어쿠스틱 기타의 스며듦으로 시작된다. <수풀을 헤치며>가 '세상 꼭대기에 앉아 술취해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을 통타하는 것이라면, <당당하게>는 그러한 세상일지라도 한껏 껴안고 '당당하게 하나되어' 살아가고 싶은 소망의 외침이다[우연히도(?) 이 노래는 앨범의 앞뒤로 나란히 수록되어 있다]. 몇 년 전 정동에서 있던 그의 콘써트에서 오픈닝 곡으로 연주되는 <수풀을 헤치며>를 직접 듣고 그대로 가 버린 적이 있다(집에 간 게 아니다!) 하여튼 이 노래를 듣고 안치환에게는 포크 보다는 록이 그의 목소리와 본연의 의도한 음악적 세계에 더 가깝다고 느꼈을 정도이다. 나는 현재 우리 나라 매스 미디어에 의해 주도되는 대중문화의 의도적 흐름에 대해 "유소녀적(幼少女的) fetishism" 상태에 있다고 말하곤 한다. 채 성장하지 않아 가녀린 그러나 그 뒤에는 성적 욕망의 표출을 끊임없이 상징하고만 있는 이러한 암울한 시대적, 문화적 흐름에 대해 그야말로 "씨팔, 그게 다가 아니야, 그리고 이거야"라는 악따구니 같은 희망을 이 안치환의 노래에서 듣게 되었다면 그것이 과장된 것일까…?     http://kimz.net/jinhwan/ear/detail_ear_woods.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