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야만인이 아니다.

광동인의 뿌리를 찾아

      혈액으로 인종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중화민족의 혈액형은 남방민족과 북방민족 사이에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현재의 광동성과 광서 장족(壯族)자치구 일부에 살았던 남방민족의 조상은 황하유역을 중심으로 하는 중원민족과는 다른 민족이라 볼 수 있다. 전문학자를 제외하고 자신이 고대 영남(嶺南: 광동,광서 지역)지방의 토착민족 자손이라고 인정하는 광동인은 거의 없다. 자기들의 조상은 중원에서 이주해왔다고 한다. 고대의 토착민족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통문화, 전통사상의 영향을 받은 그들은 중원사람들과 기원이나 조상이 같아야만 야만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싫다고 해도 역사는 변할 수 없다. 고대 영남 토착민족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중원의 한민족이 영남에 진입하기 이전 이미 훌륭한 문화를 창조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1958년 광동성 곡강(曲江)현에서 구석기시대의 유적인 마패인(馬 人) 유적이 발굴되었다. 광동 최초의 인류라고 볼 수 있다. 북경원인과 거의 같은 시기이다. 영남지역은 일년내내 따뜻하므로 이곳에서 생활했던 원시인은 북방의 중국인이 맛보았던 추위는 몰랐을 것이다. 또한 영남지역은 동식물자원이 풍부하고 냇가나 호수가 많아 물도 풍부하고 , 토양도 비옥한 우수한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영남민족의 조상은 혜택받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산력의 발전면에서 영남은 중원의 한민족에 비해 매우 늦다. 이 때문에 북방민족에 의해 통일되고 말았다.

     춘추전국시대 중원의 한민족은 서서히 봉건사회 단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는데 영남에서는 겨우 원시사회에서 탈피하여 빈부의 차와 계급이 생기는 단계였다. 인류 역사 발전의 보편적인 법칙에 의한다면 서서히 노예제사회로 진입할 무렵이었다. 그런데 얼마되지 않아 중원의 진(秦)나라 군대가 영남에 진입했고, 많은 한인들이 영남으로 이주해 와 영남의 이전 주민과 융합했기 때문에 영남지역 사회는 급격하게 봉건제도에 진입하였다. 영남지역은 다섯 개 산봉우리를 북쪽의 경계로 해서 남쪽에는 큰 바다, 동서에는 음나산(陰那山) ,십만대산(十萬大山), 라부산 (羅浮山)이라는 산맥이 있다. 이러한 지리적 환경 때문에 영남민족이 만들었던 고대 문명은 중원민족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명의 길을 먼저 나아가고 있었던 중원민족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영남민족을 화하(華夏) 민족과 융합하지 못하는 야만인으로 보고 영남지역을 '야만스럽고 황폐한 땅'이라고 불렀다. 영남 민족이 장강 이남의 다른 민족들과 같이 백월(白越)이라 칭해져 역사책에 쓰여진 것은 전국시대 말기부터 였으나 백월이라는 말 속에는 멸시의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다. 처음으로 백월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여씨춘추이고, 양주(楊州)의 남쪽 끝이 백월의 경계선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광동의 또다른 칭호 월(越)도 이와 관련이 있다. 월(越)과 월( )은 발음이 같다. 역사적 문제가 현대에도 영향을 미쳐 광동의 경제가 전국적으로 큰 힘을 지니고 있는 지금 광동인은 자신들이 영남 토착민족의 자손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원전 214년 진시황제는 이십만 군대를 이끌고 영남을 통일하고 남해군(南海郡)을 설치했다. 이후 영남지방은 통일된 진의 판도에 들어갔다. 진시황제는 그 후 중원으로부터 수십만의 사람들을 영남으로 이주시켜 토착민족과 함께 거주하도록 하여 영남을 통치하였다. 진에 의해 통일된 영남의 월족은 북방의 선진 생산기술과 중원의 문화를 흡수했다. 영남의 월족은 진의 군대에 저항하였지만 한민족과 한문화를 접하는 중에 중원의 선진문화를 배우고 흡수하였다. 이때를 경계로 한-월 양민족은 융합하고 같이 영남의 대지를 개발하였다. 특히 남월 왕국 성립 후에는 한민족과 월민족 간에 정치 경제 문화면의 교류가 더욱 깊어졌다. 중원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자연적 요새가 구축되어 있는 영남지방에서는 중원 왕조에 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역사적으로 가끔 할거 독립의 국면이 나타났다. 특히 영남의 역사에 있어서 사회 발전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진나라 말기에 조타(趙 )가 세운 남월국이다. 진나라의 영남 지배는 진이 멸망함으로써 종지부를 고했다. 남해군의 군위로 있었던 조타가 이를 계속 이어서 영남지방에 남월이 탄생했고, 이때부터 영남 월족은 남월족이라고 불렸다. 왕국은 영남의 역사에 있어서 최초로 국가다운 국가였다. 분열이 오래되면 백성들은 통일을 갈망하고 통일국가를 요구한다. 통일국가는 분열상태에 종지부를 찍고 안정적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통일국가는 필연적으로 모순이 발생하고, 이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봉건왕조가 멸망한다. 통일을 끝낸 봉건왕조는 부패가 극에 달하고 모순이 심각해짐에 따라 민중은 봉기해서 그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통일왕조로 대체하고자 한다. 이때 요충지를 통치하는 힘을 가진 자가 세력을 규합하여 천하에 군웅들의 투쟁이 일어난다. 이것이 봉건사회가 역사적으로 걸어온 합구필분(合久必分), 즉 통일이 길어지면 꼭 분열한다는 말이다. 역사의 필연이기도 하다. 남월왕국은 이러한 역사의 필연에 의해 성립한 국가이다. 기원전 204년 남월왕국을 세운 조타는 서쪽에 군대를 파견해서 지금의 광동, 광서지방의 대부분을 통일했다. 남월 왕국의 성립으로 영남 사람들은 중원의 동란에 휩싸이지 않았고, 영남 자체의 문화 발전을 촉진하였다. 또 남월왕국의 성립 후 한족과 월족 간의 대립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민족화합정책을 진행시켜 양 민족 간의 융합이 상당히 많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월인은 한인의 발달된 기술과 문화를 어느 정도 받아들였고, 한인은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서 월인의 영향을 받아 어느 정도 월화되어갔다. 순수한 혈통의 민족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한-월 민족 간의 교류가 많아짐에 따라 민족의 융합은 점점 가속되었다. 특히 한(漢)왕조 성립 후 남월지방이 통일되어 민족의 동화가 시작되었다. 후한 말에는 한족과의 교류가 성행했던 남월족의 사회적 발전 수준이 한족과 거의 같았기 때문에 한족도 연합, 융합해 한족계 광동인의 뿌리가 되었다. 높은 산이 가로막아 봉건왕조의 지배를 받지 않았던 지방은 본래의 사회적 조직, 정치제도, 경제 구조, 생산방식을 계속 유지한다. 그 사람들이 현재의 광동과 타지방의 소수민족이다. 여(黎)족, 장(壯)족 같은 사람들은 월인의 후예이다. 이렇듯 현재의 광동인은 그들이 자칭하듯이 순수한 한민족의 자손은 아니고 고대 남월의 후예이다. 광주는 다섯 마리의 양이 여섯 개의 나락을 입에 물고 등에 다섯명의 신선을 태우고 왔다는 전설이 있다. 이에 따라 광주는 오양성(五洋城), 수성(穗城)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것이야말로 고대의 남월족이 한족과 결합하고 융합해온 증거이다.

세계로 뻗어가는 광동어

       영남 월족의 언어는 중원 한족의 언어와 많이 다르다. 옛날에는 이중으로 통역해야 의사가 통했는데 영남으로 이주한 한인들이 증가하고 중운 한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차츰 한어를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의사소통이 부드럽게 되었지만 지리적인 거리 때문에 언어는 북방 한어와 따로 발전해왔다. 이것이 현재의 울어, 즉 광동어가 되었다. 이 때문에 현재의 광동어는 북방의 음성과 비교했을 때 고대 한어 음가의 흔적이 더 많이 남아 있고, 또 월어에는 한어의 특징이 함유되어 있지만 동시에 고대의 월족인의 말도 많이 남아 있다. 현재의 광동, 광서, 홍콩, 마카오 등 옛날에 남월인이 생활했던 지역의 사투리인 광동어는 중국의 다른 지방에 확산되지 않았지만, 광동인이 적극적으로 외부세계에 진출했기 때문에 광동어도 세계에 진출했다. 일반적으로 화교들의 대화수단은 광동어이고 전 세계 차이나타운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실질적으로 광동어이다.

     광동인을 평가하기 전에 광동인이란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규정해야 한다.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도 현대의 광동인을 정확히 정의하기란 어렵다. 역사적으로는 구석기시대부터 계속되는 선조민과 한민족, 또는 동남아시아에서 북상해온 사람들과 섞여 오늘의 광동인이 되었지만, 최근에는 사람의 이동이 활발하게 되어 광동인도 복잡하게 되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광동에는 공업건설이나 행정관리 인원들이 필요해서 많은 사람들이 광동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그곳에서 주저앉았다. 또한 최근의 개혁개방정책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었는데, 지식인층부터 노동자들까지 있다. 그들은 현대의 '객가(客家: 중국내 소수민족의 하나, 상술이 뛰어나고 머리가 좋은 인종이라고 알려져있음. 등소평도 객가족이라고 주장하기도 함)' 인 것이다. 그들은 여기서 호적을 꾸미고 정식으로 신 광동인(新 廣東人)이 되었다.

광주인, 객가인, 조주인.

   이런 식으로 현재의 광동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여기서는 개혁개방 이전부터 이곳에 거주한 광동인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광동인이라고 해도 언어에 따라 광주인, 객가인, 조주인으로 크게 나눌수 있다. 광주인은 행동파이고 머리 회전이 빠르고 장사 의식이 강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장삿꾼이라 할수 있다. 객가인은 근면하고 부지런해서 일을 잘하고 거의 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한 착실한 기풍을 살려 관료직에 있는 사람 또한 많다. 조주인은 두뇌가 명석하고 실행력이 풍부하고 해외에서 활약하는 사람이 많으며 거의 장사에 종사하고 있다. 이와 같이 광동인은 타지의 사람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나 한편 배타적인 측면이 있다. 광동인은 영남을 경계로 북쪽 사람들을 북방인이라고 한다. 보통 장강을 경계로 북방, 남방으로 나누지만 광동은 그렇지 않다. 옛날에는 영남의 산들이 쳔혜의 장벽을 구축하고 있어 나라를 구분했기 때문이다. 그 옛날 영남으로부터 이남은 야만족의 땅이라고 인식되었다. 들어온 것은 죄를 짓고 온 유형인뿐이었다. 오령(五嶺)의 봉우리를 경계로 언어는 물론 풍속, 습관, 생활양식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뿌리없는 나무가 없고 흐름의 원천이 없는 강이 없듯이 광동의 문화도 많거나 적거나 고대의 오월(吳越)문화, 파촉(巴蜀) 문화, 중원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광동인은 호쾌한 성격이다. 여자들은 눈치가 빠르고 가냘프지 않다. 솔직해서 직선적이다. 생각하는 것도 자유스럽고 창조적이며 자기들끼리 결속되어 있어 장사를 빼곤 생활 속에서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드물다. 이들의 성격은 초인(楚 : 고대 호남성 부근의 나라)과 통하는 바가 있다.

     광동의 음식문화는 대단하다. 광동인은 돈버는 것을 제외하고 먹고 마시는 일이 인생의 가장 큰 일이나 장사에서는 자잘하고 세부적인 것 까지 신경쓰고 사소한 것에 지나치게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 광동인은 근면하고 창업성이 많고 치밀하게 일한다.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열심히 일하고 중도하차차지 않는다. 그러나 학문을 중요시하지 않고 실제 생활에 쓰여지는 일만 중시하는데, 이것은 파촉(巴蜀)문화의 영향이다. 중원문화는 긴 시간 동안 광동의 문화를 쌓아올렸다. 그것은 호남(湖南)성이나 절강(浙江)성에서 남방화된 후에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직계의 중원문화는 아니다. 한편 근현대에 광동에 들어온 서양문화의 영향도 크다. 근대 광동에서는 무역이 활발하여 서구에서 경영기법과 건축기술, 공예, 생활양식 등이 계속 들어왔다. 봉건 쇄국시대에도 서구 문화 중에 빛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광동이 바다에 접해 있고, 광동인이 밖에 나가 동향사람과 장사하는 등 빈번하게 교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광동은 전통적으로 개방적인 시장경제를 지향했다.

    광동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월어, 객가어, 민어( 語 :중국 복건성과 대만을 위주로 사용되는 말) 세 가지로 크게 나눌수 있다. 그 중 월어의 인구가 가장 많고 지리적 범위도 넓다. 월어로 말하는 광동인은 주강(珠江)삼각주 근처가 대표적이다. 북쪽에는 광주시가 있다. 월어를 말하는 월인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장사를 잘하지만 이익에 급급하고 자기 자신의 자질을 높이려는 문화적인 면이 부족하다. 이들은 운명을 믿는 복잡한 종교문화를 만들어냈다. 경제적인 성공에 만족하고 이상이 얕다. 장사에서는 교활한 점이 있으나 고생하는 것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객가어로 말하는 객가인들은 광동, 광서, 복건, 대만, 호남, 사천 등 넓은 범위에 거주하고 있다. 광동에서는 인구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많은 객가인들은 자연환경이 험한 산악지대에서 살고 있고, 강인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학문을 좋아하고 스승을 존경해서 잘 배우고 공부하는 일로 영달의 길을 추구한다. 입신출세해서 관직의 길을 걷는 사람이 많으며, 일반적으로 무슨 일이든지 잘한다. 이발업, 석공, 시계포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으며, 동족의식이 강해 신분이나 계급차별은 없다. 조주와 산두(汕頭)방언은 광동 연해지역의 조주와 산두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말이다. 그들은 고대의 민월( 越, 즉 東越: 복건성에 가까운 광동지역)의 피를 받은 사람들이다. 이 지역은 면적이 좁고 인구나 자원 환경 등이 열악하여 많은 사람들이 밖에 나가 생계의 길을 구해 왔다. 그들은 장사를 잘하고 개척정신이 강하며 창조적이어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향의식이 강하고 계급이나 빈부의 차이가 없이 서로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