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제(天祭)와 봉선(封禪) 그리고 단군(壇君)

봉선(封禪)이라고 하는 것은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 때 시작한 것으로 태산(泰山, 在 山東省)의 꼭대기에서 하늘에 제사지내고, 부근의 양부(梁父)라는 작은 동산에서 땅을 제사지냈 던 의식으로 제후들에게 봉지를 내려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봉(封)이란 옥으로 만든 판에 원문(願文)을 적어, 돌로 만든 상자에 봉하여 천신(天神)에게 비는 일이었고, 선(禪)이란 토단(土壇)을 만들어 지신(地神)에게 비는 일이었다.

[제왕운기]의 기록에 의하면 평생을 통해서라도 도(道)를 열지 않으면 안되며 오행(五行)을 암송하고 외우면서 반드시 선(禪)을 통해야 군주가 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 전통은 漢나라 때 까지 이어져 왔으나 후대로 올 수록 도통은 점점 어려워져 선통(禪通)만 하여도 왕위, 봉작이 주어졌다.

--- 천자는 제후들에게 봉선을 통하여 선통의 깊고 낮음에 따라 땅을 봉해 주었으며 이를 봉작이라 한다. ---

책부원구(冊府元龜) 제3권 제왕부 봉선편에 나오는 천단, 원구단 (天壇, 圓丘壇)에 대한 기록,

"태산 위에 둥근 단(壇)을 마련한다.그리고 사방에 들어가고 나가는 출입구를 만들어 도(道)를 닦는 둥근 단(壇)이 있는 장소는 항상 열어 놓았다. 남쪽으로 통해 들어오는 곳은 모두가 모여 도를 연 사람들과 열 사람들이 모여 의논하고 회의하는 곳이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떤 사람이던지 청원하면 의논 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높은 곳 둥근단은 넓이가 오장이며 높이는 구척이다. 그 곳에 쓰인 색은 오색의 흙이다. 사면에 각각 폐하의 제단 위치가 정해져있다. 그런데 남쪽에 있는 폐하의 제단이 더 높게 되어있다. 상감에게 올리는 공문서를 드릴 때나 선통을 하여 봉작을 줄 때 하기 위해서다. 이때 모두 군인이나 선통자 그리고 문무백관들이 단상을 향해 둥글게 앉아 회의를 하거나 봉작을 행할 때이다. 먼저 선통을 하여 봉작을 받을 사람은 모두 함께 참여하여 선통을 했는지의 여부를 알기위해 선문답식 말을 하게 되어있다. 선통의 깊고 낮음에 따라 제후왕이 정해지고 봉작의 영예가 결정되며 따라서 땅도 함께 정해진다. "

즉, 낙랑군에 봉해질 사람 태원에 봉해질 사람 낙양, 서안, 왕검성 이런식으로 봉작을 받을때 그 지역의 땅도 함께 받는 것을 뜻한다.

" 그리하여 각자의 호(號)가 정해진 다음 봉선(封禪)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짧은 시간에도 옳고 가함이 알려지게 된다. 만약 다시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둥근 단상에 안치한다. 모가난 돌 옥새함을 다시 점검하고 다시 오색으로 된 흙을 쌓고 다시 봉해버린다. 옥새가 든 공문서는 잘 보관하여 감추어 봉한다. 그 후 천제를 지내는 제단안 선(禪)의 자리에 보관한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선통을 했는지 여부는 반드시 선을 통하던 장소에 천자가 직접와서 많은 군신들과 선통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선통의 수준에 따라 봉작을 주었다는 내용이다. 왕이 될 사람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제가 봉선의식이었다. 학식이 없어도 선통은 가능했다. 그러나 도통은 선통 처럼 쉽게이루어 지지않았다.

고대에는 선(禪, 仙, 영어로 saint )을 통하는 자에게 제후왕 자리를 줄 정도로 얼마나 선통자(禪通者)을 우대하였는지 잘 알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이러한 봉선 제도가 당고조 때 까지도 행하여 졌지만 그 후 차차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봉선 의식의 기원은 단군(壇君)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단군(壇君)의 본 뜻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땅위의 최고 통치자이기 때문이다.

역대 단군들은 모두가 도통(道通)을 하였던 분으로 신선의 경지에서 나라를 다스렸음을 환단고기의 여러 기록들을 통하여 잘 알 수 있다.

우리 한민족 철학에 오색의 흙은 특별 한 뜻이 있다. 숫자 5와 10 그리고 흙(土)은 중앙을 가리키며 주재자, 또는 神을 가리키는 것이다. 제터단(壇) 字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단군(壇君)이란 명칭은 이런 연유로 생겨났다. 단군에 대한 표기가 『삼국유사』에는 '壇君'으로, 『제왕운기』와 『세종실록지리지』엔 '檀君'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박달나무 단(檀)이라는 것은 조선시대의 기록으로 명나라에 사대하던 시기에 기록된 것이다. 단군(壇君)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자의 뜻이 분명한데 구태여 박달나무를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의 기록이 잘못되었으므로 이제부터는 반드시 『삼국유사』의 기록 처럼 '壇君' 을 사용함이 옳다.

고려 때도 천자의 신분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의 기록에 태조 3년 8월 21일 원구단(圓丘壇)의 제사는 폐지하지 않고 이름만 원단(圓壇)으로 고쳤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사실은 태조 이성계의 조선이 들어 서면서 고려 때 까지도 원구단(圓丘壇)에서 천제를 지냈다는 이야기 인데 이는 고려가 천자국 이었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태종실록 태종 11년 3월에는 원단(圓壇)의 제의(祭儀)를 정했는데 원단의 구조는 처음에는 고려의 제도를 따라 단의 주위를 6장(丈)으로 하고 단 위에 천황대제(天皇大帝)와 오방(五方) 오제(五帝)(청 · 황 · 적 · 백 · 흑제)의 신위를 봉안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앞서 말한 冊府元龜(책부원구)3권 제왕부 봉선편에 나오는 기록과도 일치 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고려가 중원의 대륙에서 천자국으로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고려에 있어서는 일찍 부터 왕이 원단에 친제(親祭)하고 또 천제(天帝) 옆에는 건국 태조를 봉안하기도 하였지만 조선은 대륙으로 부터 도망쳐 나와 한반도에 새 나라 조선을 건국했으므로 앞으로는 명나라의 제후국으로서 사대를 해야 한다는 중신들의 의견이 주장되었다. 따라서 태종 6년에는 왕이 원구단에 나가 친히 기우제를 행하려다 중지하고 옥천군 유창(劉敞)을 보내어 대신 거행하기도 했으며 차차 폐지 되었던 것이다.

세조의 즉위와 함께 황폐해진 원단을 다시 수축하고 제향(祭享)을 실시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세조 2년(1456) 12월에는 예조(禮曹)로 『고금예문(古今禮文)』을 상정하여 원구단을 쌓게 하였는데 그 규모는 단의 높이 5척, 주위 6장 3척, 유(獗)는 3처(處), 각 25보, 신단(神壇)의 남쪽 요단(燎壇)은 넓이 1장, 높이 1장 2척이며 방(方) 6척의 호(戶)를 남쪽 위로 내었다. 주원(周垣)의 사문(四門)은 설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정월 14일에는 왕이 원유관(遠遊冠) · 강사포(絳紗袍)로 대가(大駕) 노부(鹵簿)에 시위(侍衛)를 갖추고 백관과 함께 장사진의 행렬로 원구 재소(齋所)에 나가 재계하고 15일에 면복(冕服)으로 단상에 올라 의식 절차에 따르는 제사를 거행한 후 돌아와 근정전에서 세자와 백관의 하례(賀禮)를 받으니 이는 개국 이래의 처음 있는 성사(盛事)였다. 또 세조는 이렇게 제천 원단의 수축, 제천행사의 거행과 함께 사직서의 예에 의하여 원구서(遝丘署)를 설치하고 권무 녹사(權務 綠事) 2인과 예조 전향사 좌랑(典享司 佐郞)으로 겸임하는 승(丞) 1인을 두어 원구단의 수호 관리를 맡게도 하였다."

지금의 조선호텔 옆에 있는 3층짜리 팔각정 건물이 황궁우(皇穹宇)인데 이것은 원구단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신위판(神位版)을 봉안하던 곳이 었다.원래 원구단이 서 있었던 곳에는 1914년 일본이 그곳에 조선호텔을 세우는 바람에 원구단은 철거되고 말았다. 다만 원구단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황궁우(皇穹宇)만 남게 되었는데,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 황제에 즉위하기 앞서 하늘에 제사를 올린 것이 마지막 천제(天祭) 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