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곳불
(민조시)

박 민우

곳불든
사랑인가
열병이 났네
밤새워 애가타.

기차가 서지 않는 역사(驛舍)
(민조시)

박 민우

부엉이
슬피 우는
고모령 길은
바람도 슬프다.

역사에
홀로 남은
키 작은 비석
묘비명 되었네.

돌아올
기약 없는
기적 소리는
자장가 됐을까.

이별이 남긴 것
(민조시)

박 민우

어느덧
20년이
지났구나

낙엽 떨어진
그 길 위에서,

말띠 가이나,
울고 있었구나.

사랑의
오체투지(五體投地)
너를 보내고
나도 울었단다.

 * 오체투지(五體投地) : 부처님께 귀의하여 공경,예배하는 큰절의 형태로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상대방에게 최상의 존경을 표시하는 몸의 동작이며 교만과 거만을 떨쳐 버리는 가장 경건한 예법이다.

 라아(La)-무우(Mu)

  (자유시)

  박 민우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빛나는 것

 세상의 마지막 날에,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외쳤다.

 "라무(La-Mu)여 우리를 구해주소서"

 그러나 아! 슬프도다.
 어찌 이것이 아름다움을 부르는 소리인가?

  라무(La-Mu)는 하늘에 있고,
  노을 빛은 세상 모든 시름을 잊게 한다.

 싫어
(민조시)

박 민우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만 찍는, 사진사가 미워.

 혹시나 역시나를 반복하다가 이젠 지쳤어,

 사진찍기 싫어.

황금가지
(자유시)

박 민우

 북구(北歐)의 숲에서는 세월의 소리가 들린다.

하얀 눈이 쌓인 그곳에, 긴 겨울나기 짐승들의 작은 발자국이 생기면 이내 바람이 불어오고, 침엽수 푸른 빛 위에 쌓였던 눈덩이가 떨어져 그 발자국을 지운다.

잘 생긴 건 없지만 온 누리에 하얀 백설이 삐쭉삐쭉 솟은 나무 위에 걸터앉아 한겨울의 위용을 보인다. 그것이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고 텃새를 부려도, 낯가죽 두꺼운 봄은 슬금슬금 바지가랑이 밑으로 찾아온다.

보채는 가랑이에 아기가 오줌을 싼 듯, 따뜻한 물이 주루루 흐르고, 온 천지는 아가의 얼굴처럼 방글방글 웃으며 서로를 밀치고 경쟁하듯이 꽃들을 피운다. 얼마전 봄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을 적에 가장 먼저 새들이 숲으로 날아와 하늘의 소리를 들려주고 갔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자작나무에 잎이 돋고, 사람들은 숲으로 모여들었다.

지난 겨울 죽은이의 장사를 지내기 위해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 망자에게 그것을 덮어주니, 자작나무 껍질은 황천의 옷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숲으로 와서, 각시와 신랑의 화촉을 밝히기 위해 총총히 기름진 낭구를 한다.

사람들은 숲으로 와서, 한 해에 일어난 불난 한 일들에 대해 논의 하였다. 그것은 모두 사제께서 하늘과 소통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비난하였다. 대저 사제께서 하는 일이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웅상(雄常)이라는 큰 나무를 통해 神과 소통하고 神의 말씀에 의해 백성을 다스리는 일이었는데, 올해는 사제의 말이 빗겨가서 사람들이 그를 불신하게 된 탓이다.

그러나 그곳이 '디아나'의 숲이라면, 낭구는 하지 말어라.

겨우살이 '황금가지'를 지키기 위해, 사제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이방인을 지켜보고 있을 터이니, 그 순간 사제는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당신을 해칠 것이다.

숲에서는 세월의 목소리가 들린다. 만년에 구성진 숙신(肅愼)의 소리가 들린다.

* 북구(北歐) : 유럽의 북부 지역

* 낭구 : 산스크리트 語, 충청도 사투리, 나무의 잔가지를 땔감으로 쓰기 위해 구하는 행위를 말함. 낭개, 남기 등 여러 가지 발음이 있으나 다 같은 뜻이다.

* 디아나 : 이탈리아 '네미' 호숫가를 둘러싸고 있는 신성한 숲.

* 황금가지 :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The Golden Bough)" ,  제임스 프레이저는 "황금가지"를 통해 인간의 역사는 주술의 시대로부터 시작해서 종교의 시대로, 그리고 다시 과학의 시대로 발전해갔다고 말한다.

* 숙신(肅愼) : 한民族의 조상, 단군조선의 제후국, 새매(송골매)를 잘 길들이고, 성능이 우수한 궁시(화살)를 생산하므로 공자는 숙신(肅愼)의 화살이 멀리까지 날아 온 것을 보고 감탄하였다.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The Golden Bough)" 에 주술을 하는 사제는 숙신국(肅愼國)의 솟대, 웅상을 섬기는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이곳은 ‘숲의 디아나’라고 불리는 성소이다. 이 성스러운 숲속에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고, 그 둘레에는 밤낮 없이 잔뜩 긴장한 한 사람이 번쩍거리는 칼을 들고 언제 기습을 받을지 모른다는 듯이 긴장된 자세로 늘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는 사제인 동시에 살인자이다. 그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그도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가 그의 사제직을 계승하기 위해서 그를 살해하려 호시탐탐 노리기 때문이다. 이 성소가 바로 사제직을 계승하는 장소로서, 사제가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그의 전임자를 살해하여야 하고, 황금가지를 꺾어야만 그 직을 쟁취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성소의 엄격한 율법이다.”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The Golden Bough)" 중에서 인용

제 13회 지유문학상 시상식 . 제2회 민조시학상

  2014년 5월 30일 금요일

 서대문 독립공원내 독립관 강당에서 제 13회 지유문학상 시상식과 제2회 민조시학상 수상식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여름성
(민조시)

박 민우

1.
오월이
떠나갈새
메아리 울고,
여름성 열린다.

2.
새 소리
물 소리와
더불어 살며,
여르매 열린다.

3.
유월이
아름답고
풍만한 가슴,
아! 풍요로워라.

* 여름성 : 6월의 숲과 골짜기.

* 여르매 : '열매'의 사투리.